이제 장롱에 묵혀둔 명품백은 '빈티지 아이템'이 될 듯 하다. 지난 해부터 명품 브랜드들이 수십년간 지켜왔던 자신들의 로고 스타일을 탈피해 뉴 로고(NEW LOGO)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패션 하우스의 수장이 바뀌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의도에 따라 바뀌지만 텍스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의도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패션 하우스의 바뀐 로고는 공통점이 있는데 심플하면서도 명확한 고딕체(산세리프체나 헬베티카 서체)와 같은 무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각기 다른 명품 브랜드가 개성이 없는 비슷한 서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내지만 디지털 시대의 흐름과 현 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전략적인 움직임에 틀림 없다.
◇셀린, 발렌티노, 발망 등 뉴 로고 선보이는 명품 브랜드들
작년 버버리는 뉴 로고 '버버리 런던 잉글랜드"(Burberry London England)"를 발표했다. 기존의 상징이었던 말탄 기사의 그림을 없애고 둥근 폰트 대신 대문자로 변경했다. 또한 이번 시즌 바뀐 로고의 'B'를 크게 적용한 숄더백을 선보이면서 한번 더 대중에게 새 로고를 각인시켰다. 바통을 이어받은 브랜드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셀린(CELINE). 지난 해 부임한 크레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을 거친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프랑스식 악센트인 È가 사라지고 글자의 길이도 늘렸다. 그는 생로랑 디자이너로 활동할 시절 '이브로생로랑'에서 '생로랑'으로 로고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어서 발렌티노는 지난 해 봄 남성 컬렉션에서 새 로고인 'VLTN'을 발표했다. 이렇게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서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는데 가장 호평을 받은 브랜드는 바로 알렉산더 왕. 설립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로고를 변경한 알렉산더 왕은 기존 대문자 로고에서 소문자로 대체해 부드럽고 간결한 느낌을 주었다. 성과 이름 사이에 공간을 없애 하나의 단어로 읽히게 해 디자인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반면 피에르 발망의 b와 p가 겹쳐진 로고는 타 브랜드와 흡사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기존의 전투적인 느낌에서 세련된 도시적인 스타일로 교체해 2019년 프리폴(Pre-fall) 컬렉션에서 패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990년대 빅로고의 부활
빅로고는 90년대 힙합퍼들이 입던 나이키나 아이다스 로고가 크게 박힌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디올의 빅 로고백을 시작으로 구찌, 지방시 등 몇해 전부터 명품 브랜드가 빅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복고 패션 열풍과 스트리트 패션(일상적인 거리 패션)이 유행을 끌면서 보다 더욱 존재감있는 로고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명품 브래드의 이러한 노력은 '자기표현'이 확실한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또한 장기화된 불황에 명품 브랜드의 빅 로고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이제 예전처럼 로고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지갑 사정이 녹록치 않은 시대에 자주 구매하지 못하는 명품을 누가봐도 알 수 있게끔 '명확한' 로고를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