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히 울린 총성 한 발, 두 발/ 순식간에 교회당은 시체의 사당/ 그것도 모자라 불을 들고 덮치는 자가 있었다.'

1919년 5월 22일 일본 영문학자 사이토 다케시(齋藤勇)가 '복음신보'에 기고한 '어떤 살육 사건'이란 시(詩)다. 일제가 1919년 제암리 주민들을 학살한 만행이 알려지자 사이토는 이 시에서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일어났던 참사"라고 탄식했다. 사이토처럼 3·1운동 당시 일제 탄압과 식민 지배 정책을 비판하는 지식인과 문인이 적지 않았으며, 광복 전후 3·1운동을 소재로 한 일본 문학 작품도 9편에 이른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일본·한국 근대문학 전공자인 세리카와 데쓰요(芹川哲世) 니쇼가쿠샤대학 명예교수는 논문 '3·1 독립운동과 일본 문학의 관련 양상'에서 "3·1운동 당시 일본의 민본주의 논객이나 사회주의자들은 침묵했지만, 여명회(黎明會·일본 군벌의 부상에 반대한 민주주의적 계몽사상 단체) 소속 지식인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일부는 조선 독립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와 후쿠다 도쿠조(福田德三)가 대표적이다.

또 제암리 학살 사건이 알려진 직후 사이토 구라조(齋藤庫三)의 시 '살육의 흔적' 등이 발표됐다. 이 논문은 한·일 학자 공동 연구서인 '3·1독립만세운동과 식민지배체제'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