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7시쯤(현지 시각) 하노이 멜리아 호텔의 2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키 185㎝쯤 되는 건장한 북한 남성이 본지 기자를 노려보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투숙객인데, (당신은) 북에서 왔느냐"는 질문에도 아무 대답 없이 내려가라는 손짓만 계속했다. 22층으로 올라가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알려진 이 호텔은 이날 베트남 정부의 '보안 구역'으로 지정됐다. 17~22층은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다. 17~21층은 북한 대표단과 경호원들의 숙소 및 상황실로, 22층 스위트룸은 김정은이 숙소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경호원들은 24시간 교대로 17~22층 엘리베이터 앞을 지켰다. 경계 태세는 작년 6·12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삼엄해졌다. 당시 경호원들은 일반 투숙객과 함께 호텔 내 식당을 이용했지만, 이날은 다른 투숙객들의 출입이 통제된 호텔 1층 그랜드볼룸과 20층 라운지 바에서 따로 식사를 했다.
호텔 측은 이날 오후 보안 검색대를 설치하며 "국가 원수 방문에 따른 외교 프로토콜"이라고 했다. 미 백악관 기자단의 프레스센터도 이 호텔에 차려질 예정이어서 북측 경호원들과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이날 정상회담장 후보인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과 영빈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로 낙점된 JW매리엇 호텔 등의 보안도 대폭 강화됐다. 군인들이 금속·폭발물 탐지기로 곳곳을 수색했고, 영빈관 부속 카페의 소파·창틀, 찻잔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한편 '김정은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던 중국계 호주인 하워드X는 이날 베트남에서 추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