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한용섭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 트래킹데이터 붐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각 구단들은 첨단 장비의 트래킹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트래킹데이터 업체에서 스프링캠프지의 구단들을 돌며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 새로운 트래킹데이터의 도입
올해 캠프지에선 불펜 뒤에 낯선 장비가 등장한 팀들이 많다. ‘랩소도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첨단 레이더 장비다. 포수 뒤에 세워놓고는 투수가 던진 공의 구속, 궤적, 회전수 등을 측정해 곧장 태블릿 PC로 실시간 전송한다.
공을 던진 후 투수는 공의 궤적과 회전수 등 구체적인 숫자로 자신의 구위를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트래킹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SK를 비롯해 삼성, 두산, 키움, NC 등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랩소도시스템 장비를 구입해 활용하고 있다. 랩소도시스템 측에서 오키나와 캠프지를 찾아 시험 테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 메이저리그 트래킹데이터
트래킹데이터를 측정하는 시스템으로는 PTS(Pitch Tracking System)와 트랙맨이 대표적으로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6년부터 PTS와 같은 원리인 Pitchf/x 시스템을 도입해 투구 및 타구 데이터를 10여년간 공식기록으로 활용해 왔다. 초기만 해도 Pitchf/x의 도입은 혁명이라 불릴 만했다. 투구 초속, 종속은 물론 볼의 무브먼트, 회전율, 로케이션, 릴리스 포인트, 투구 궤적, 타구속도, 발사각 등이 실시간으로 추적돼 제공됨으로써 야구기록의 차원을 입체화시켰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와 제조사(SMT:SportsMedia Technology) 사이의 계약연장 협의가 불발되면서 2017년 메이저리그는 공식 투구 추적시스템을 기존의 카메라 추적시스템인 Pitchf/x에서 레이더 추적시스템인 트랙맨으로 변경했다.
PTS와 트랙맨은 어느 것이 우월하느냐 보다 서로 상호 보완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트래킹시스템이 PTS에서 트랙맨으로 바뀌고 시행 1년이 지난 뒤, 2018년 팬그래프닷컴의 하드볼타임즈에는 ‘투구데이터의 숨겨진 오류(The Lurking Error in Statcast Pitch Data)’라는 기사에 실렸다.
2015~2017년 구속, 로케이션, 무브먼트 추적 값들을 비교한 결과 구속 측정은 레이더 방식의 트랙맨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구 로케이션과 투구 무브먼트에서는 트랙맨이 Pitchf/x 보다 판독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드러났다.
속도를 직접 측정하는 트랙맨과 위치를 직접 측정하는 Pitchf/x 방식의 장단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메이저리그 일부 전문가들은 방송 및 심판(스트라이크존) 관련 데이터를 사용할 때는 속도보다 정확한 측정이 우선이라며 트랙맨의 위치측정 오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 KBO리그의 추적시스템 다양화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방송 중계 영상에 그림을 입혀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이른바 ‘스탯캐스트(Statcast)’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트랙맨이 곧 스탯캐스트 시스템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다. 스탯캐스트는 공을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과 다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한 옵티컬 카메라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으로 야구 공을 포함해 필드 위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
현재 PTS와 트랙맨 시스템으로는 공만 추적하고 수비수들의 움직임은 측정되지 않는다. 수비수에게 도움이 되는 트래킹데이터로는 최근 스포츠투아이가 미국 제조사인 SMT와 공동으로 국내 맞춤형 필드트래킹시스템(FTS)을 기획, 개발했다. 이번 시즌부터 수원 등 일부 구장에서 PTS와 FTS를 결합한 ‘한국형 토털 트래킹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FTS를 통해 통합 추적 시스템이 가동되면 기존의 투구와 타구 추적 데이터 이외에 주루거리나 루 도달시간, 주자의 반응시간, 수비수의 이동거리, 평균속도, 포구지점 등 누상의 주자나 수비수의 움직임을 추적한 다양한 데이터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SK 데이터 분석팀의 최홍성 매니저는 “PTS와 트랙맨은 투수들에게 활용도가 높다. FTS는 수비수들과 주자들의 도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랙맨은 수비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는 올해 PTS와 FTS 그리고 트랙맨까지 모두 갖춰서 트래킹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바야흐로 국내 시장에도 메이저리그의 스탯캐스트처럼 토털 트래킹 시스템이 눈앞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orange@osen.co.kr [사진] (위) SK 캠프의 랩소도시스템, (아래) 삼성 라팍에 설치된 P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