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로 지친 국민에게 또 하나 갑갑한 뉴스가 전달됐다. 중국 석탄발전소가 작년 한 해만 78기 새로 가동해 2927기가 됐다는 국제 환경 단체의 보고서가 공개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당초 202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설비 용량 1100기가와트(GW)까지로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982GW가 됐고 여기에 259GW(464기)의 신설비가 건설되거나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한국 전체 석탄발전소 37GW(78기)의 7배 용량이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신규 발전소의 상당수가 서해에 면한 중국 동부에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미세 먼지 배출량을 줄여봐야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못지않게 갑갑한 것은, 중국 정부가 한국 미세 먼지에 대한 자신들 책임을 잇달아 부정하고 있어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반박조차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과 7일 '중국에서 오는 미세 먼지'에 우려를 나타내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축해버렸다.
정도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어도 중국발 미세 먼지가 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 1월 11~15일 수도권 고농도 미세 먼지 시기에 국외(國外) 영향이 69~82%였다는 대기 모델 분석 결과를 밝혔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19일 중국의 정월 대보름 때 베이징 폭죽놀이 행사 20시간 뒤 서울의 대기 중 폭죽 연소 산물인 스트론튬 농도가 11.1배 급증했다는 분석을 지난 6일 내놨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의 분석 결과는 중국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3~17년 집중적으로 미세 먼지 배출량을 줄였는데 우리가 기본으로 활용하는 자료는 2010년 자료다. 중국이 이걸 인정할 리 없다. 중국은 이 자료 외엔 공개를 거부하는데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최신 배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어려운 일을 이뤄내라고 정부에 권력을 주고 세금을 내는 것 아닌가. 미세 먼지도 전(前) 정부 탓이나 해서야 되겠나. 국내 배출원(源) 자료도 2014년치라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 2016년 5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미국 나사(NASA)의 관측용 항공기를 들여와 40여일 동안 한국 상공을 20번 비행하면서 서울 미세 먼지의 34%가 중국에서 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겨울~봄의 고농도 오염 시기에 대해서도 이런 항공 실측을 더 자주 해야 한다.
작년 WHO 분석으로 미세 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자는 한국은 1만5800명인데 중국은 115만명이나 됐다. 중국이 지금처럼 석탄발전소를 계속 지어서는 자국민을 '스모그 지옥'에서 구해낼 수 없다. 중국과 한국은 일종의 '호흡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두 나라 공동 재산인 대기 질(質)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상대방 처지와 고통에 공감하면서 최대한의 협조로 미세 먼지 위기를 극복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