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제재 위반' 사례로 실린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빼기 위해 제재위 측에 항의한 사실<본지 14일자 A3면 보도: 정부, 文대통령 탄 벤츠 사진은 빼달라 했지만… 안보리는 거부>을 14일 외교부가 시인했다. 청와대가 안보리 결의를 간과하고 무리하게 남북 협력을 추진하다 벌어진 사태를 외교부가 수습하려다 패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위 패널(8명)은 제재 위반 사례를 객관적으로 조사·작성·발표하는 초국가적 '감시자'이자 '재판관'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제재위 보고서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제재 위반 물품인 벤츠에 동승한 사진이 게재된 것과 관련, “그 사진 게재가 보고서의 전체적인 의미나 취지에 무관하다고 패널에 지적했다”고 했다. 이어 “패널 내에서 논의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게(우리 정부의 지적)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 사진이 보고서 최종보에 게재되는 것을 막으려고 패널을 상대로 로비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제재 위반 보고서에 한국 대통령 사진이 나온 것도 외교적 수치고, 이를 막기 위해 안보리 패널의 독립성 훼손 소지가 큰 행위를 한 것은 더 부끄러운 일”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직 유엔 주재 외교관은 “패널을 압박해 보고서 내용을 바꾸려는 시도는 주로 북한·쿠바·러시아 같은 안보리 제재 대상국이나 이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공범 국가 외교관들의 업무”라며 “그동안 한국은 서방 외교관들과 함께 보고서 수정과 패널 독립성 침해 시도를 감시하는 모범적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앞서 작년 9월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대북 제재위 패널을 압박해 보고서를 일부 수정한 사실을 크게 문제 삼았다. 그는 “패널 보고서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독립된 유엔의 대북 제재 보고서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러시아가 이를 고치거나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문 대통령이 제재 위반 사치품인 ‘김정은 벤츠’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타는 바람에 우리 외교가 불량 국가 수준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