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강원도 강릉시 해안도로에서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해 10대 5명이 숨진 가운데, 이들이 연령 제한이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카셰어링)를 이용하기 위해 지인의 명의로 차량을 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 김모(19)군 등 5명은 이날 오전 4시 40분쯤 ‘동네 형’으로 알려진 A(22)씨의 명의를 이용해 동해시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카셰어링 차고지에서 흰색 코나 승용차 1대를 빌린 뒤, 운전 중 사고를 냈다. 카셰어링 업체의 자동차대여약관에 따르면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1년 이상인 회원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이러한 기준에 맞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이들이 ‘운전 미숙’으로 커브 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브레이크 제동에 의한 ‘스키드 마크’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사고 당시 커브 길에서 핸들을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이들 중 남성 2명은 1~4개월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사고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약 20여m를 날아가 바다에 추락했다"며 "당시 시속 80~90㎞로 주행하다 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릉시에 따르면 사고가 난 구간은 커브 길이 많아 과속이 어려운 곳이다.
일각에서는 운전에 익숙지 않은 10대들이 본인 확인절차가 미흡한 카셰어링 서비스의 맹점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카셰어링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를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맨 처음 사용자 등록을 할 때만 운전면허증 등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 이후부터는 등록된 아이디를 이용해 차를 대여할 수 있다. 이날 사고를 당한 이들은 A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카셰어링 업체의 차량을 빌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교수는 "청소년 등이 부모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카셰어링 업체의 차량을 이용하다 사망 사고를 낸 사례가 많다"며 "지금보다 더 엄격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운전면허 의무 교육 시간이 13시간에 불과하다"며 "안전 운전에 관한 교육 시간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셰어링 업체 관계자는 "렌터카나 자차도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타인이 이용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100% 막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음주 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액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사고 당시 차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도 함께 의뢰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밝힌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