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에서 실시된다. 창원 성산은 최근 네 차례 총선에서 세번을 진보 정당이 이겼고, 통영⋅고성은 민주화 이후 8차례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보선을 하루 앞둔 2일 여야는 서로 "우리가 두 곳 모두 이길 수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야권이 제기한 ‘정권 심판론’과 여권의 ‘경제 활성화’ 공약 중 유권자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 성산
창원 성산 선거구에는 한국당 강기윤, 바른미래당 이재환,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손석형, 대한애국당 진순정, 무소속 김종서 후보(이상 기호순) 등 6명이 출마했다. 민주당에선 권민호 후보가 레이스를 하다가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여론조사 단일화에서 패해 지난 25일 사퇴했다.
창원 선상에선 17⋅18대 총선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20대 총선 때는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후보가 당선됐다. 기업과 공장이 많아 젊은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이곳이 노동 정치의 ‘성지(聖地)’로 꼽힌 까닭이다. 다만 19대 총선 때는 노동 진영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면서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당선됐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선 "이번 보선에선 민주당⋅정의당 후보 단일화에 민중당 후보가 참여하지 않아 강 후보가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하고 있다. 실제 민중당은 2일에도 "정의당이 민주당과만 손을 잡은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여 후보에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1일 한국당과 정의당은 창원 성산 판세에 대해 '경합'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한국당 후보의 세(勢) 결집이 무서운 수준"이라며 "완승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당은 "정의당 후보와 박빙으로 가고 있어서 막판까지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번 보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정의당 후보단일화 전까지는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2위 후보에 앞섰다. 하지만 민주당⋅정의당 단일 후보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확정된 이후엔 여 후보가 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거전문가들은 총선과 비교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보선은 지지표 결집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실제 한국당과 정의당은 이날 총력전을 펼치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통영·고성
통영시⋅고성군 선거구에선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자유한국당 정점식, 대한애국당 박청정(이상 기호순) 후보 등 3명이 경쟁을 하고 있다.
통영⋅고성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보수정당이 한번도 의석을 내준 적이 없는 곳이다. 2016년 20대 총선 땐 한국당 이군현(의원직 상실) 후보가 혼자 출마해 무투표 당선되기도 했다.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당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MBC경남⋅리얼미터가 지난달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당 정점식 후보 51.0%, 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36.6%였다. MBC경남⋅리얼미터의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정점식 57.2%, 양문석 29.7%로 나왔다.
그러나 작년 6월 전국 동시지방선거 때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이날 "통영⋅고성의 바닥 민심이 바뀌어서 양문석 후보가 정점식 후보를 상당히 따라잡았다"며 "한국당 정 후보가 인구가 적은 고성 출신, 우리 측 양 후보가 인구가 많은 통영 출신이라는 점 등이 변수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에선 "정점식 후보가 승기를 굳혔다"고 했다.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보선 결과에 따라 정국도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이 승리하면 민주평화당과 다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면 국회는 다시 ‘4당 체제’로 재편된다. 특히 정의당이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한 만큼, 민주당과 정의당이 범(汎)여권으로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한국당 후보가 창원 성산에서 이기면 현 정권의 국정 운영 동력이 상당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당대표 선출 한달여만에 처음 선거를 지휘한 황교안 대표가 2곳 모두에서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한국당 내부는 물론 여야 차기 대선 구도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창원에 ‘원룸’을 얻어 상주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각 업체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