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한 중대장은 최근 병사들이 익명으로 애로 사항을 적어 내는 '마음의 편지'에서 '김○○ 상병이 뭘 잘했다고 중대장님이 포상휴가를 줬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내용을 봤다고 한다. 중대장 권한으로 모범 사병에게 주는 포상휴가에 이의 제기를 한 것이다. 이 중대장은 "요즘 병사들은 지휘관이 하는 일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문제 제기를 한다"며 "감찰이나 상급 부대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한 육군 지휘관은 "병사들이 상급자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반말을 하는 등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언행을 문제 삼으면 '간부가 간섭이 심하다' '병사를 괴롭힌다' 등 민원을 넣는다"고 했다. 병사들의 민원에 한 부대의 여러 간부가 감찰 조사를 받거나 병사가 전역한 뒤 간부들을 상대로 수년간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과거보다 많아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상관 모욕 등 상관에 대한 죄로 입건된 경우는 2013년 53건에서 2017년 229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중 기소·유죄판결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간부는 병사를 상관 모욕 등으로 처벌하기 어렵지만, 병사들은 간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쉽다"며 "그러다 보니 '병사는 전역하면 그만이니 건드리지 말자'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일찌감치 내보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인이 공무원화(化)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육군 간부는 "병사가 사고를 치면 대대장의 인사고과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대장이 현역 부적합 심사를 통해 관심 병사를 내보내는 게 성과로 인식되는 추세"라며 "부하를 끝까지 이끌어 군 생활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는 미덕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부적합 심사를 신청한 병사는 6214명이고, 이 중 6118명이 전역했다. 이 제도를 통해 전역한 병사는 최근 5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