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현경면에 있는 현경장례식장이 최근 문을 닫았다. 병원 부속이 아닌 전문 장례식장. 2층 건물에 30여 실 규모로 지방 장례식장 중에선 대형급이었다.
무안군 주민 이성호(50)씨는 "10년 전만 해도 상가(喪家)를 잡으려면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붐볐던 곳이었다"며 "예전엔 지역에 있던 결혼식장들이 장례식장으로 바뀐다고 난리더니, 이제 장례식장마저 망하면 앞으로는 뭐가 들어설지 감도 안 잡힌다"고 했다. 이 장례식장은 경영 악화로 은행 빚만 수십억원을 진 채 문을 닫았는데, 그나마 마지막 몇 달은 대부분이 공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이 방치된 상태로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만 붙어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투기 논란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전남 목포도 마찬가지. 지역사회에서는 "사람이 너무 없다 보니 이젠 죽을 사람도 없어 장례식장 운영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부산을 제외하고 경남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창원·마산 지역에 있는 장례식장 3곳도 최근 2년간 가동률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여 년간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결혼식장은 줄어들고 장례식장은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최근 지방에선 이마저도 꺾였다. 지방에 있는 장례식장들은 폐업하거나 경영 악화와 싸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국 기초지자체가 이른바 '지방 소멸'로 불리는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폐업한 장례식장 24곳은 현경장례식장처럼 지방 소재였다.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산부인과·학교·결혼식장이 사라진 데 이어 장례식장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 인구뿐 아니라 중·장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장례식장에 타격을 준다. 경남 소재의 장례식장에 근무 중인 이원종(45)씨는 "장례식장을 가장 많이 찾는 건 결국 상주의 지인들이기 때문에 상주는 보통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빈소를 정한다"며 "중·장년층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상주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방 장례식장이 경영 위기에 몰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병원 등 다른 시설과 연계되지 않은 전문 장례식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 전국에 465곳이었던 장례식장이 2017년 1096곳으로 늘어날 때, 병원이 많지 않은 지방에는 전문 장례식장이 많이 생겼다. 서울·부산 등 광역지자체에선 병원 부속 장례식장과 전문 장례식장 비율이 평균 7대3 정도였지만, 지방에선 이 비율이 5대5거나 전문 장례식장이 더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대형 병원에 있는 장례식장이나 요양 병원 장례식장을 더 많이 이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고인이 대형 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장례식장 역시 상주들의 편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인의 유족이 장례식장을 다른 지역에 차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인구가 줄지 않았더라도 지역에 자리 잡은 장례식장은 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병원 부속 장례식장은 30%가량 늘어났지만, 전문 장례식장 숫자는 10곳가량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례를 치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병원을 끼지 않은 장례식장은 시설뿐 아니라 조문객이 쉽게 올 수 있는 접근성이 핵심 경쟁력인데 지방은 점점 그런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사회에서 상가를 찾을 조문객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