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도 닌자가 돼 봅시다. 선생님 따라 해보세요. 닌닌!" "닌닌!"

지난 2월 18일 오후, 일본 도쿄도 스기나미(杉竝)구 모모이(挑井)제3초등학교 강당에 우렁찬 함성이 퍼졌다. 3학년 1반 학생 26명이 본격적인 체육 수업을 앞두고 외친 기합 소리다. 아이들이 검지를 든 채 양손을 모으고 교사를 둥글게 둘러쌌다.

닌자(忍者)는 에도시대 일본에서 복면을 쓰고 어둠을 밟고 다니며 주군의 적을 처치하는 암살자다. '닌닌'은 일본의 국민 만화영화 '닌자 하토리군'에서 주인공이 툭하면 내뱉던 말버릇이고, 검지를 세운 채 양손을 모은 자세는 역시 만화영화에 자주 나오는 닌자의 전매특허 포즈다.

일본 도쿄 모모이제3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선 학생들이 운동에 재미를 느끼도록 ‘닌자 체조’를 도입했다.

곧 꼬마 닌자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스피커에선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교사 기쿠치 유키(菊地由記)씨가 아이들의 다리를 향해 뭔가 휙 던지는 척하며 "수리검!"이라고 외쳤다. 수리검은 닌자들이 던지던 표창이다. 아이들이 깡충 뛰기도 하고, 쪼그려 앉아 머리를 감싸 안기도 하며 보이지 않는 표창을 피하는 시늉을 했다. 중간중간 "닌닌!"을 외치며 닌자 자세도 취했다.

이날 3학년 1반 학생들이 도쿄 주택가 한복판에서 갑자기 닌자로 변신한 건, 일본 교육 현장에서 중시되는 '재미있는 체육 수업' 때문이다. '닌자 수행'이라고 불리는 준비운동 5분 만에 아이들 볼이 붉게 상기됐다. 수업은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린 '둥글둥글 닌자 서첩'에 아이들이 직접 자기 평가를 적는 걸로 마무리됐다. 아이들은 "재밌다"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

일본 정부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체력 테스트 결과 때문에 고민이 깊다. 한국에 비하면 생활 체육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인프라도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스포츠청이 1946년부터 실시 중인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체력 테스트는 1985년을 끝으로 한 번도 최고 기록이 깨진 적 없다. 지금 아이들 체력이 엄마·아빠·삼촌 세대만 못하단 얘기다.

실제로 2017년 체력 테스트 결과는 평균 악력·50m 달리기·공 멀리 던지기에서 1985년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아이들이 운동을 질색하는 현상이 특히 문제다. 지난해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들만 해도, 한 주에 420분 이상 운동하는 그룹(30.6%)과 한 주에 60분도 안 하는 그룹(10.3%)이 갈렸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경우 420분 이상 운동하는 그룹(61.5%)과 60분도 안 하는 그룹(19.8%)의 차이가 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을 하는 아이만 계속하고, 안 하는 아이는 점점 안 하게 되는 현상이다.

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떠오른 게 초등학교 체육 수업의 '재미'다. 일본 스포츠청은 초등학생 체력 증진 해법으로 "즐겁게, 운동의 만족감을 깨닫도록 하는 것"을 꼽고 있다. 도쿄도초등학교체육연구회 체력기르기운동영역부 회장을 맡고 있는 기쿠치씨는 "초등학교 체육 수업은 아이들에게 '몸을 움직이는 게 즐겁다'는 기억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육 수업 방식을 연구하다 '닌자'를 이용한 수업 방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특정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

문부과학성은 "전후 도쿄 하계올림픽(1964년)과 삿포로 동계올림픽(1972년)을 거치며 꾸준히 체력 테스트 결과가 나아졌는데, 1985~2000년 사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체력 증진까지는 아니라도, 현상 유지는 하고 있다. 스가와라 겐지 학교체육연구연합회 사무국장은 "체육 교과 교육 방식이 개선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앞으로 평생 신체 활동을 즐기며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기억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