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세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슬람 국가들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이들을 테러 조직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기 위한 내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열린 미국과 이집트의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이 외교·안보 부서에 무슬림형제단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 지시했다.

미 국방부 관료들과 외교관, 정부 소속 변호사들은 이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형제단이 '테러 분자들의 집단'이라는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도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무슬림형제단 관련 미국 전문가 중에 그들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이집트에서 이슬람 학자 하산 알 반나가 이슬람교 정신의 회복과 반(反)제국주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 단체다. 빈곤층 의료봉사와 병원·학교 건립 등 사회운동을 전개해 서민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이집트를 중심으로 중동·북아프리카에 100만명이 넘는 단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이슬람 조직으로 성장했다.

단일 지휘 체계가 없는 무슬림형제단은 세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비폭력 노선에서 과격한 무장 투쟁 노선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는 무슬림형제단의 한 분파다. 지난달 29일 모습을 드러낸 IS 수장 알 바그다디도 이라크의 무슬림형제단 조직에서 과격한 이슬람 운동에 경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분파가 다양하고 하나의 위계 조직이 아닌 무슬림형제단을 전부 테러 조직이라 묶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NYT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취재진이 없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면서 민주적 선거를 통한 제도권 진입을 추구한다. 대중적인 지지도 상당한 편이다. 이집트·사우디 등 중동 독재 정권들은 이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실제로 이집트에선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로 군부 독재 정권이 축출된 후 실시된 대선과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 세력이 석권했다.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탈환한 엘시시는 곧바로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2014년 사우디 정부도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