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은 영어 단어 '포커스(focus)'를 '퍼커스'라 발음하곤 한다. 중국인들은 '아이디어(idea)'를 '아이디얼'로 읽는 경우가 많다. 같은 원어민의 영어를 듣고 익히는 데도 각국 고유의 억양과 발음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원어민처럼 발음하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 BBC는 최근 소리 내는 입이 아니라 듣는 귀를 예민하게 훈련시켜야 영어 억양을 원어민에 가깝게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영어를 들을 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많아 발음을 정확히 따라 하지 못하는데, 들리지 않는 부분을 제대로 들어야 원어민처럼 발음하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비슷한 음폭으로 말할 것이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각국 언어의 주파수 대역은 크게 다르다. 영어는 2000~1만2000Hz(헤르츠) 대역에서 발음되지만, 프랑스어는 그보다 낮은 15~250Hz와 1000~2000Hz 대역에서 발음된다. 주파수가 크면 고음으로, 작으면 저음으로 들린다. 사람의 가청권(可聽圈)은 20~2만Hz이지만, 평소 모국어 음폭에 익숙해지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폭이 쪼그라든다. 상대적으로 저음인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영어가 돌고래 고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프랑스 파리의 '사운드센스'라는 언어 교육 기관에선 '전자 귀'라는 이름의 헤드폰 장비로 외국어 학습자의 청력을 훈련시킨다. 우선 전문가가 30분간 청력 테스트를 실시해 학습자의 익숙한 음폭을 파악한 뒤 다음 단계에서는 2시간짜리 특수 제작된 클래식 음악을 반복해 듣게 한다. 이 클래식엔 학습자가 그간 잘 듣지 못했던 주파수의 소리를 섞어 청각을 자극한다. 이 훈련을 거치면 영어를 들을 때 미세한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어 정확한 억양을 익힐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