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군 특수부대에 구출된 40대 중반 한국 여성 장모씨는 피랍 전 우리 정부가 '철수 권고' 지역으로 지정한 말리 등에도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장씨는 약 1년 6개월 전 세계 여행을 떠나 유럽을 거쳐 올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했다. 이후 서사하라·모리타니·세네갈·말리·부르키나파소를 여행한 뒤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베냉공화국으로 이동 중 무장 괴한에게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정하는 여행 경보는 여행 유의(남색경보), 여행 자제(황색경보), 철수 권고(적색경보), 여행 금지(흑색경보) 등 4단계다. 모로코·세네갈은 남색 경보, 서사하라·모리타니는 황색 또는 적색경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북부 4개 주는 적색경보 지역이다. 장씨가 납치된 부르키나파소 동부 지역은 황색경보가 발령돼 있다. 1~3단계 경보 지역을 넘나들다 피랍된 것이다. 현행 여권법상 흑색경보 발령 지역을 당국 허가 없이 방문하면 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지만, 적색경보 지역 등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객관적으로 장씨가 상당히 위험한 지역을 통과했다"고 했다.
장씨와 약 3개월간 동행하다 함께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D씨는 피랍 직전까지 소셜미디어에 장씨와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올렸다. 장씨는 여행 중이던 지난 3월 말 마지막으로 친언니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 세력 '카티바 마시나'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질범들은 지난달 12일 부르키나파소·베냉 국경 인근 지역에서 버스를 습격, 승객 10명 중 장씨와 D씨만 끌고 갔다고 한다. 움막·텐트에 28일간 억류된 장씨는 구타 등 학대를 당하진 않았고, 간단한 끼니가 제공됐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로 처음 약 2주간 식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11일 프랑스 군병원 검진 결과 건강에 이상은 없었다. 장씨는 가능한 한 조기 귀국을 희망하고 있다. 외교부는 "외국에서 사건·사고를 당한 이들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정부가 긴급구난활동비를 지원하는데, 장씨 사례는 여기에 해당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