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인 16세기에 최초의 흑인 사무라이로 활동했던 인물 야스케(彌介·1555~1590)가 역사·문화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CNN은 20일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의 다문화 역사가 재평가되고 있다"며 야스케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토머스 로클리 니혼대 교수가 '아프리카에서 온 사무라이:일본 전설의 흑인 전사 야스케'란 역사 전기서를 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할리우드에선 '야스케'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는데 '블랙 팬서'의 주연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주인공을 맡기로 했다.
야스케는 일본 전국 통일의 기반을 닦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1534~1582)의 측근 가신 중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야스케는 아프리카 모잠비크나 수단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노예 병사로 키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노예무역 거점인 아랍과 인도를 거쳐 포르투갈 선교사의 경호원으로 1579년 당시 일본 수도인 교토(京都)로 들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흑인을 처음 본 오다는 키가 6척2촌(약 188㎝)인 야스케를 풍요의 신 다이코쿠텐(大黑天)으로 여겨 선교사로부터 헌납받았고, 그 '피부의 먹'을 벗겨 내보려 하기도 했다고 한다.
오다는 처음엔 야스케를 짐꾼으로 썼으나 그가 서구식 전술에 밝은 데다 일본 검술·무예와 일본어도 금세 습득하는 것을 보고 2년 만에 사무라이(영주나 다이묘를 섬기는 무사) 칭호를 내렸다. 야스케의 존재는 오다에게 저항하는 경쟁자와 닌자(忍者·정찰과 음모 활동을 하는 무장 집단)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고, 실제 여러 무공을 세웠다.
외국 문물에 관심이 많고 개방적인 오다는 야스케에게 집과 노비를 주어 중용했다고 한다. 오다가 부하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배신당하는 '혼노지의 변'(1582년)으로 할복자살을 할 때 자신의 머리와 검을 아들에게 전하는 일도 야스케에게 맡겼다. 야스케는 자신을 다시 노예로 팔아넘기려는 아케치를 피해 한동안 주군 없는 로닌(浪人)으로 떠돈 것으로 전해진다.
CNN은 로클리 교수를 인용해 "야스케 활동 당시 규슈(九州) 지역에도 조선인과 중국인·유럽인·인도인 등 외국인이 많이 살았다"면서 이들이 능력을 펼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전국시대 사무라이 중 외국인으론 조선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