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축구 선수 지위를 노리는 리오넬 메시(32·아르헨티나·사진)에겐 큰 약점이 하나 있다. 그는 아직 성인 메이저 국가대항전에서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펠레·마라도나 같은 전설들과 메시를 비교하는 팬들도 '그래서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들어봤나'란 질문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펠레는 월드컵에서 세 번(1958·1962·1970), 마라도나는 한 번(1986) 우승했다.

메시는 대륙 단위 메이저 대회에서도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다. 2007년부터 남미 대륙 최고 권위 국가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에 네 번 출전했으나 준우승 세 번, 8강 한 번에 그쳤다. 특히 2016년 '100주년 기념 대회'에선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고개를 떨어뜨렸다.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포르투갈)가 유럽선수권 '유로 2016'에서 우승한 뒤 눈물을 흘린 모습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올해 메시에게 다섯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메시는 22일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발표한 '2019 코파 아메리카' 참가 명단에 포함됐다. 46회를 맞은 올해 대회는 6월 14일부터 브라질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파라과이, 타 대륙 초청국인 카타르와 한 조에 속했다. 아르헨티나는 26년 전인 1993년 우승 이후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다.

설사 메시가 이번에 또 우승하지 못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코파 아메리카는 내년에 또 열린다. 남미축구연맹은 지난해 들쑥날쑥했던 개최 주기를 고정하고 대회 위상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유로'에 맞춰 2020년부터 4년에 한 번씩 대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사이 대회가 네 번 열리는 촌극이 빚어지게 됐다. 2015년과 2019년은 원래 주기에 맞췄고, 2016년엔 미국에서 100주년 기념 특별 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새 주기에 맞춰 내년에 대회를 또 개최하는 것이다. 이후엔 4년 주기로 코파 아메리카가 열리게 된다. 일부 팬은 "수퍼스타인 메시에게 우승 기회를 주기 위해 대회가 수시로 열리는 게 아니냐"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대회가 너무 자주 열리다 보니 권위는 점점 떨어진다. 월드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럽의 '유로'나 아시아의 '아시안컵' 우승국 선수와 팬들이 진한 감동을 느끼는 건 한 번 우승하려면 최소 4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코파 아메리카 우승 팀은 1년 만에 타이틀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