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 모인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노래를 사랑하는 일곱 소년과 소년들의 날개 '아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팝 가수 중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오르자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팬클럽 '아미'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대통령이 특정 가수의 팬클럽을 거명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명 '아미'는 방탄복이 군대와 항상 함께하는 것처럼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언제나 같이 있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어느 가수, 팬클럽 사이보다 긴밀한 관계를 자랑한다. 방탄소년단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아미를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시인 김춘수의 시 '꽃'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방탄소년단이 아미의 이름을 부를 때, 아미가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외칠 때, 양쪽 다 자신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존재가 된다.

방탄소년단과 아미 이전에도 가수와 팬클럽 사이는 긴밀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아미 이후 호명 자체가 의미 있는 것임을 인지하게 됐다.
이후 다른 가수들도 시상식 등 공개석상에서 추상적으로 팬들을 지칭하기보다, 반드시 팬클럽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한다. 트와이스는 원스, 갓세븐은 아가새, 뉴이스트는 러브, 블랙핑크는 블링크, 아이콘은 아이코닉에게 영광을 돌린다. 소속사에도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도 팬클럽 이름을 명기한다.

이렇게 팬들은 끈끈해지고 유대감을 쌓아간다. 26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트와이스 콘서트에서 트와이스 팬클럽 '원스'는 멤버들에게 '올해 제일 잘한 일'을 불러주며 '원스 대상'이라는 트로피를 전달하기도 했다.

국내 가수들의 팬덤 원류를 좇다보면 맨 위에 가왕 조용필(69)이 있다. '오빠부대'의 원조로 통하는 조용필의 팬덤은 여전히 강력하다. 1997년 결성한 '이터널리', 1999년 출발한 '미지의 세계', 2001년 만들어진 '위대한 탄생' 등 활발히 활동 중인 대형 팬클럽만 3곳이다. 이들은 조용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스스로 만들고, 50주년 콘서트가 성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눈에 띄는 팬덤을 꼽으라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도 다뤄진 그룹 'HOT'의 '클럽 HOT', 2000년대 '80만 대군'으로 통하며 강력한 팬덤을 자랑한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가 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저마다 화력을 자랑하는 아이돌 팬덤이 존재한다.

아미가 국내 다른 아이돌 팬클럽과, 세계적으로 막강 팬덤을 자랑하는 저스틴 비버의 팬클럽 '빌리버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 '스위프티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일종의 '체험 팬덤'이라고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꾸준히 '학원 폭력' '입시' '등골 브레이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에 호소력을 갖춘 노래를 들려줬다. 자신들이 경험하고 고민한 것들을 기반으로 한 노래를 쓰고 불렀다. 그러자 점차 이들의 목소리와 메시지에 공감하는 팬들이 늘어갔다. 기초부터 다져진 강력한 팬덤 '아미'가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다.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아미가 친구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미(Amie)'와 발음이 같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성장 서사를 공유하면서 팬 활동 역시 역동적인 체험과 놀이가 된다. 지난 3월 '아미피디아'가 대표적이다. 아미피디아는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와 인터넷 사용자 스스로 정보를 등록·편집하는 '위키피디아'의 합성어다. 팬들과 함께 만드는 방탄소년단의 디지털 기록 저장소로,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공유한 기억이 놀이처럼 공유되고 저장됐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해외 팬과 사랑둥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외랑둥이'라고 칭하는 외국 팬들의 팬덤들도 이런 놀이 문화를 통해 유입됐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의 적극적인 활용도 팬덤을 넓히는데 크게 한몫을 했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각급 이벤트를 통해 소셜에서 팬들과 꾸준히 교감해왔다.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제치고 97주 연속 1위, 최장기간 기록을 쓰고 있는 등 소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계정으로는 처음으로 트위터 팔로워 숫자 2000만명을 넘겼다.

이들의 놀라운 성장에 10, 20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연령대가 공감하고 있다. 우상(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여서 가능하다. 중장년층도 방탄소년단과 공감하며 기꺼이 아미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