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한옥호텔 부지로 매입한 종로구 경복궁 옆 송현동 1만여평(3만6642㎡) 부지에 '공공 숲' 조성이 추진된다. 해당 부지는 지난달 타계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생전에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곳이다. 28일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송현(松峴)동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소나무가 많았다"며 "15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땅을 국가에서 사들여 숲으로 만들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 국가 매입 운동'이다. 종로구는 송현동 공공숲 조성을 주제로 내달 초 주민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있는 한진그룹 소유 부지가 풀이 무성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숲 조성이 추진되는 송현동 부지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소유주인 한진그룹은 지난 2008년 2900억원에 부지를 사들여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학교 인근 200m 안에 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한 학교보건법 등에 가로막혔다. 한진그룹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 패소 이후 계획을 틀었다. 호텔을 포함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복합 문화센터 'K익스피리언스'를 건립하겠다는 안이었다. 이 계획은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설이 제기되며 동력을 잃었다. 이후 한진그룹에 악재가 겹치면서 공터로 방치됐다. 한진그룹에 앞서서는 삼성생명이 소유주였다. 주한 미 대사관의 직원 숙소로 쓰이던 곳을 2002년 1900억원에 매입했다. 한진에 넘기기 전 삼성도 개발 계획을 시도했으나 각종 규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종로구는 이곳에 소나무숲이 울창한 공원을 만들고 지하에 주차장을 넣자는 구상이다. 구 관계자는 "도심에 주차장이 생기면 시민들이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관광버스 100대와 승용차 400대 규모 주차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매입비다. 현재 매입가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구 관계자는 "종로구 한 해 예산이 4000억원 규모라 구에서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구는 국가에서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달 11일 '송현동 부지 국가 매입 운동'의 첫걸음으로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를 연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축사를 맡고 김원 건축가,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등이 토론에 참석한다. 인근 학교 학생들과 주민 150여명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구 관계자는 "국민을 위한 제안에 정부와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도심에 번듯한 시민공원이 들어서도록 구에서 최선을 다해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