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이 1일 싱가포르에서 7개월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가진 뒤 "사드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관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중국 국방장관도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했다"며 "양국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했다. 정 장관 설명은 사드 문제가 잘 풀려가는 것처럼 들리는데 실제 상황도 그런가.
주한 미군 사드 포대는 2017년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경북 성주 기지에 장비들이 분산 반입된 뒤 임시 배치 상태로 운용되고 있다. 사드 반대 시위대 때문에 육로를 통한 자재 이동이 제한되면서 보급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사드 기지의 주한 미군들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개조한 곳에서 숙식하느라 자주 고장나는 냉·난방 시설과 열악한 화장실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사드 장비를 돌리는 전력 생산용 유류마저 매주 2~3번 헬기로 공수된다. 미군 측은 기지 공사를 재촉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내년쯤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계속 얼버무리고 있다. 최근 미국이 국방 협의에서 정식 배치를 서둘러 줄 것을 요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 쇼'를 벌이는 와중에도 핵·미사일 능력을 쉼 없이 증강했다. 지난달 요격이 어려운 '이스칸데르급'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사드는 북이 핵을 탑재한 노동급 이상 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우리 대도시나 한·미 연합군을 공격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이다. 사드는 우리 생존을 위해 도입하는 것인데 정부는 마치 마뜩지 않은 미국 요청을 뿌리치느라 시간을 끄는 듯이 행동해 왔다. 중국 눈치 보기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안다.
그런데 한·중 국방장관이 "사드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논의했다"고 하니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진다. 혹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 측 겁박에 또 정식 배치를 미루기로 해놓고 그것으로 보복을 피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