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용산 미군 기지 내 서울미국인초중고교 교정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유치원생부터 고3까지 학생과 교사들, 제복 입은 군인, 머리 희끗한 노인 등 1000여 명이 교내 '팰컨(falcon·매) 체육관'을 메웠다. 1959년 9월 개교한 학교는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에 따라 60년 역사를 마감하고 이날 폐교식을 열었다. 학생들은 다음 학기부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 학교 등에서 공부하게 된다.

3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내 서울미국인초중고교 강당에서 열린 폐교식에서 유치원생과 1학년생들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이제 안녕'을 부르고 있다.

미 국방부가 한국 복무 미군 및 군무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세운 서울미국인초중고교는 지난 60년간 동문 1만여 명을 배출했다. 주한 미군과 학교 측은 예우를 갖춘 작별 의식을 준비했다. 숫자 1959(개교 연도)와 2019(폐교 연도) 모양으로 대형 풍선을 세우고, 단상 주변에 학교 풍경이 담긴 대형 사진을 내걸었다. 300여 내빈석에서는 은퇴한 노(老)교사들과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안부를 나눴다. 재학생 629명과 교직원이 학교 마크와 남산 서울타워를 그려넣은 티셔츠를 입고 객석을 채웠다.

유치원생과 1학년생들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이제 안녕'을 부르자 참석자들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추억을 들려줬다. 동문이면서 중학 교사, 초등 학부모인 에디 로지가 "미국에서 지독한 (서울) 향수병에 걸렸다"며 "한밤중 서울 선생님께 전화 걸어 '신라면이 없는 곳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고 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화기애애하던 식장 분위기는 도널드 윌리엄스 중·고교 교장과 티피니 웨들 초등 교장이 고별사를 하면서 숙연해졌다. 두 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언제 또 볼지 모르니 친구들과 아침·낮·저녁 인사를 해두자"고 제안하자 학생들은 눈물을 떨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내빈으로 참석한 마이클 빌스 주한 미8군 사령관(중장)은 "60년간 이어진 역사는 한·미 동맹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