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각) 남미의 아르헨티나·우루과이 2개 나라에서 국가 전체가 한꺼번에 대정전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브라질 남부와 파라과이·볼리비아·칠레 일부 지역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인구 4500만명, 우루과이 인구 350만명 등 5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전기를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infobae)는 "오전 7시 7분을 기점으로 아르헨티나 전역과 우루과이·브라질 남부 일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면서 "아르헨티나에서 정전은 자주 일어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정전의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 에너지사무국은 전기 송전 시스템(SADI)의 붕괴로 우루과이까지 영향을 미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의 전력 공급 업체인 에데수르(Edesur)는 이날 오전 7시 50분 트위터에 '전력의 상호 연결 시스템에 대규모 고장이 발생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전역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우루과이의 전력 공급 업체 UTE도 트위터에 '오전 7시 6분 아르헨티나 전력망 고장으로 우루과이 전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며 '해안 지역 일부는 전력 시스템이 복구됐고, 전역의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EFE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에너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아르헨티나의 전력 상호 접속 시스템이 오전 7시 7분 붕괴해 전국에 단전 사태가 벌어졌으며 우루과이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면서 "구체적인 정전 이유에 대해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대정전으로 일상이 완전 마비됐다. 현지 언론들은 정전으로 다니던 기차가 멈춰 섰고, 교통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셋째로 큰 도시인 로사리오에서는 이날 지방선거 투표가 시행되는데, 정전 사태로 투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각지에 물을 공급하는 회사 아이사(Aysa)는 정전으로 인해 1400만명이 살던 지역에 보내던 물 공급을 중단했다. 아이사 측은 "전기로 가동하는 워터 펌프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밝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일부 상점만이 발전기를 이용해 영업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정확한 단전 범위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일부 지역은 전기가 복구되기 시작했으며 16일 오후 3시까지는 전기가 복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2009년 11월 집중호우와 돌풍으로 국가 전체가 대정전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3시간 42분 만에 전기가 복구됐다.

아르헨티나의 전력망 고장이 남미 여러 국가의 정전 사태로 이어진 것은 남미 국가들이 전력망을 상당 부분 공유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약 450㎞ 떨어진 지역에 있는 살토 그란데 수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공통 전력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전력망 고장이 우루과이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