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 후보자의 아내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전시기획업체) 측이 협찬 기업들에 '협찬 계약 내용을 국회에 제출하면 위법'이라며 국회 자료 제출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또 윤 후보자가 지난달 17일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되기 직전 김씨가 기획한 미술전시회에 기업 협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자 아내 회사 '국회 자료 제출 말라'

코바나컨텐츠 측은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협찬 기업들에 "국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으로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이날 협찬 기업 등으로부터 받아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코바나컨텐츠 실무자인 A팀장은 협찬사들에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사적 계약 내용을 받아내는 것은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 '민간기업이 상대방(코바나컨텐츠)의 동의 없이 계약 내용을 금감원에 알려주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이었다. 주 의원은 "김씨의 전시기획사가 협찬사에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는 전화를 했고, 연락이 안 되는 협찬 기업들에는 '국회의 자료 요청에 응하지 마라'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전시업계 관계자는 "후원받는 입장인 전시기획사가 갑(甲)의 위치인 협찬사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코바나컨텐츠로부터 연락받은 일부 대기업은 법무팀과 함께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 의원은 "검찰총장 후보자 아내의 회사가 '직권남용' 운운하면서 기업들이 입을 다물도록 압박한 것은 유례가 없다"며 "청문회를 앞두고 윤 후보자 쪽에서 코바나컨텐츠에 법률 조언을 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협찬 기업, 일주일 새 4곳→16곳

김씨가 최근 기획한 미술전시회 '야수파 걸작전'에는 LG전자와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대기업과 은행을 포함한 최소 16개의 기업이 협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계 관계자는 "통상 미술전시회의 협찬사는 4~5개 수준인데 이례적으로 협찬사가 많은 것"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발표(6월 17일) 전후로 일주일 사이에 대기업을 포함한 12곳이 협찬 계약을 했다"며 "지난달 13일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추천되기 전까지는 협찬사가 4곳뿐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되자 대기업 후원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협찬 기업 중 일부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 혐의로 수사받고 있고, LG는 계열사 공장들이 지난달 청주지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우리은행도 전(前) 은행장이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받고 있는 모 대기업은 협찬 검토에 나섰다가 도중에 철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윤 후보자 아내에게 눈도장 찍어두려고 '보험용 협찬'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자 측은 "윤 후보자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주최사가 언론사, 전시회가 열린 곳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의미가 있는 전시여서 기업들이 협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코바나컨텐츠 측이 협찬사들에 경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윤 후보자에게 '코바나컨텐츠와 관련한 국회의 자료 요구는 직권남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 아마 후보자를 통해 회사(코바나컨텐츠) 측으로 그런 내용이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8일 열린다. 정치권에선 "한국당 법제사법위원 6명 전원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검·경의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라,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공세를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