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유행이다. 서점·강연·답사들이 '인문학'으로 도배를 한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대개 수입된 서구 지식들이다. '지나간 남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왜 인문학이 유행하는 것일까? 그 인문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란 대개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자기계발론과 '지식도 재산처럼 축적하면 교양인이 될 수 있다'는 자본축적론의 다른 표현이다. 천민자본주의 속성과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우리식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인간사[人]에 관한 학문[文]이다. 그런데 인간사가 너무 복잡하여 그 무늬[文]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이때 하늘의 무늬[天文]와 땅의 이치[地理: 풍수]를 보면 인간사 무늬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전통 인문학이다. 땅의 이치를 통해서 인문을 알 수 있다고? 무슨 뜻인가? 필자가 사는 산촌의 대지 한 평 값은 몇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서울 비싼 곳의 땅값은 평당 1억원이 넘는다. 땅의 불평등이다.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이 평등할 수 있을까? 땅을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문학은 늘 '지금 여기'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무슨 뜻인가? 지금 우리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지금껏 그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은 없었다. 방문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예정에 없던 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평론가와 학자들은 TV와 각종 매체에서 그러한 그를 '사업가 기질' '협상의 달인' '돌출 외교' 등 '특이한 인물'로 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이라는 땅의 이점[地利]을 정치화하였다. 판문점 방문 바로 직전 그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국내 최고층인 '롯데월드타워'를 언급하였다. "저 높은 곳이 어떤 건물이냐며 굉장히 감탄했는데 롯데 건물이었다" "위대한 탑"이었고, 그 "디자인을 사랑한다"고까지 하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1월 방한 당시 국회 연설에서도 "롯데월드타워 같은 멋진 건축물"을 언급하였다. 왜 두 번씩이나 롯데월드타워를 말했을까? 롯데 신동빈 회장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준 것에 대한 답례 차원일까?
그렇게 보면 트럼프라는 인간[人]의 무늬[文]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는 아름다운 강변[한강]이라는 입지 위에 독특한 디자인과 재료로 만들어진 건축물[123층 초고층] 그 자체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땅의 의미와 그 위에 세워진 건물 그리고 그 건물을 세운 사람을 진지하게 살피는 인물이다. 그가 롯데월드타워에서 본 것은 롯데의 현재와 미래다. 그의 지리관이자 동양적 의미의 '인문학'적 세계 해석 방법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훌륭한 바닷가"가 있으며 그곳은 "콘도와 호텔을 위한 훌륭한 입지"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하였다. 단순히 김 위원장을 위한 덕담이 아니다. 북한의 지리적 가치를 본 것이다.
사업가 시절부터 그가 주목하였던 입지와 그 위에 지었던 건물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그가 창출한 부를 보면 그의 일관된 지리관이 드러난다. 진정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 그가 동양의 풍수에 대해서는 정말로 관심을 가졌을까? 그렇다. 그는 풍수 마니아로서 풍수를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다. "풍수는 좋고 나쁜 징조를 구분해주는 철학으로서 자연과 주변에 어울리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