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선(造船) 산업은 세계 1등입니다. 여기에 발맞춰 학문적으로도 조선 산업에 대해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합니다. 해외에서 우리 연구 성과를 인정해주니 참 뿌듯합니다."
신종계(64) 서울대 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오는 10월에 미국조선학회 선박생산 분야의 최고 논문상인 '엘머 한(Elmer L. Hann)상'을 받는다. 1991년 만들어진 이 상은 매년 미국 조선학회에 제출된 논문 중에서 심사를 통과하고, 선박생산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것 중 최고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특히 신 교수는 2001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지금까지 엘머 한상을 세 번 수상한 사람은 신 교수가 유일하다.
현재 미국 MIT에서 여름 특강을 하고 있는 신 교수는 15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무모하게 도전했는데, 실제로 세 번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 세계 많은 교수로부터 시기 섞인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며 웃었다.
신 교수는 공동 수상자인 서울대 우종훈 교수, 정용국 박사, 김영민 박사, 인하공전의 류철호 교수와 함께 '모델 기반의 전산조선해석과 응용'이란 논문으로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복잡한 조선소의 물류와 정보 흐름을 체계적으로 모델링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해 미래형 스마트 조선소 개발에 핵심 원천 기술로 적용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 교수는 학문 세계뿐 아니라 조선 산업에서도 자신의 연구 성과와 철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사장, 한국선급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5월 출범한 조선해양산업 발전협회장도 새로 맡았다. 조선해양산업 발전협의회는 한국 조선 산업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발전 협의체다.
신 교수는 "지금 우리 조선업은 중국의 무서운 추격과 러시아·사우디 등 자원 부국의 새로운 조선업 진출 등으로 한층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지만, 국내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는 장기 불황의 고비를 넘지 못해 쓰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선박' '스마트 조선소'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중·소형 조선소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가 조선 산업에 빠지게 된 건 1972년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한 잡지에서 읽은 글 때문이었다. "영국, 스페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바다로 진출한 나라 중 못사는 나라는 없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바다와 관련한 학과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그때는 상상도 못 했지만 결국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세계 1등을 해 '전공을 잘 선택했구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0월 미국 터코마시에서 열리는 미국조선학회 총회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