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테마네요. 독창성에 승부를 건 듯합니다."
이수옥 조직위 아티스틱 스위밍 종목 담당관이 17일 미국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내린 평가다. 미국 대표팀은 이날 팀 프리 종목 예선에서 일명 '로봇 춤'을 선보였다. 환한 표정 대신 기계처럼 딱딱한 얼굴로 연기를 시작했고, 4분여 동안 '위잉~' '끼익' '철컥' 하는 전자음 소리에 맞춰 몸을 꺾었다. 수행 점수, 예술 점수, 난도 점수 합산 85.2667점으로 11위. 12개 팀이 겨루는 결선에 턱걸이로 진출했다. 2015·2017 대회 예선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순위였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운영하는 스포츠 블로그 '올림픽 채널'은 미국팀의 로봇 댄스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면서 관중에게 즐거움도 선사한 연기'라고 평가했다. 수중 발레라고 불리는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기존 틀을 깨는 시도를 했다는 데에 의의를 둔 것이다.
미국이 파격 연기를 선보인 건 재기를 위한 몸부림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 종목의 종주국 격인 미국은 아티스틱 스위밍(옛 명칭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4 LA 대회부터 1996 애틀랜타 대회까지 전 종목에서 입상(금 5·은 2개)하며 최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국가 주도로 아티스틱 스위밍에 집중 투자를 한 러시아가 새롭게 정상으로 올라섰다. 러시아는 지난 5번의 올림픽에 걸렸던 금메달 10개를 모두 차지했다. 미국은 1990년대 말 엘리트 선수들이 대거 은퇴한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올림픽위원회의 재정 지원도 줄었다. 팀 종목은 2008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본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오랜 부진의 고리를 끊고 내년 도쿄 올림픽 팀 종목 티켓을 따내기 위해 미국이 절치부심해 내세운 것이 '로봇 춤'이다. 작년 9월 대표팀 감독을 맡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안드레아 푸엔테스(스페인)가 선수들과 상의해 로봇 춤으로 안무를 짜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댄서 채드 스미스를 초빙해 특강을 듣는 등 완성도를 높이려고 힘썼다.
곳곳에서 "참신하다"는 호평이 나오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세계선수권에선 프리·테크니컬 연기를 더한 점수로 1·2위를 해야 올림픽 티켓을 얻는다. 미국은 세계선수권 직후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팬 아메리카 대회 우승(올림픽 티켓 1장)을 겨냥한다. 경쟁국 캐나다는 17일 세계선수권 프리 예선 7위, 멕시코는 10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