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 내려 마곡중앙로를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연구단지가 나타난다. LG그룹의 연구개발 인력 2만2000여 명이 집결한 LG사이언스파크다. 1990년대까지 논밭으로 비만 오면 진흙밭이 돼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던 마곡은 2014년 LG사이언스파크가 착공하면서 첨단 연구단지로 탈바꿈했다. 업종이 다른 계열사가 한곳에 모여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에 마련된 LG전자 전시관의 로봇 존 모습.

LG사이언스파크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 발상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는 공간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18년 4월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구광모 LG 회장은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4조원을 투자한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 규모로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여 명이 집결해 있으며, 2020년까지 2만2000여 명으로 확대된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 화학 분야의 연구와 함께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부품 등 성장사업 ▲로봇 ▲인공지능 ▲5G 등 미래사업 분야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 3D프린트실, 물성분석장비 등 첨단 장비와 연구실을 한 곳에 갖춘 공동 실험센터, 소속 회사와 상관없이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연구단지 설계도 엔지니어 활동에 최적화했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 대로와 연구동을 연결한 지하 1층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주는 공중다리 등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 분야의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다.

LG는 사이언스파크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개방형 R&D 생태계의 중심지로 육성해가고 있다. LG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공동 연구 공간인 '조인트랩(Joint Lab)'과 중소 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개방형 연구공간에서는 각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이들과 공동 연구를 확대한다.

LG사이언스파크 내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AR·VR, 소재·부품,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20개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교류 행사도 진행했다. LG는 참가 업체 중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정해 LG사이언스파크 내 개방형 사무실 및 연구 공간 입주, 기술 컨설팅 투자 등을 지원한다.

LG는 계열사별로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해 오고 있다. LG전자는 웹OS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스타트업 4곳을 선발해 개발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 LG CNS는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인 '드림플레이'와 '스타트업 몬스터'를 통해 디스플레이 분야와 인공지능·블록체인 분야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LG사이언스파크의 인프라와 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우수 이공계 인력 육성과 확보를 위해 대학, 외부 연구소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분야에서 기술교류와 산학협력 등도 진행한다.

이런 개방형 R&D를 통해 LG사이언스파크는 마곡 R&D산업단지 전체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글로벌 기업이 공동 연구를 위해 찾는 융·복합 R&D 클러스터로 발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마곡 R&D산업단지는 100여개의 혁신 기업이 밀집해 있어 활발한 공동 연구가 가능하며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이 근접해 해외 기업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기에도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