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수사 논공행상(論功行賞).'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하루 뒤인 26일 단행된 검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법조계에선 이런 분석이 나왔다. 윤 총장과 함께 전(前)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적폐 수사'를 벌인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핵심 요직을 꿰찬 것이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것이다.

(왼쪽부터)강남일 대검차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검찰국장,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

대검찰청에는 7명의 부장검사가 있다. 검사장급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이 7명 중 3명이 전 정권 인사들을 대거 수사한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채워졌다. 이번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한 이원석 검사장은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검사였다. 윤 총장과 대검·부산지검 등에서 같이 근무했었다.

2017년 초 윤 총장과 함께 박영수 특검팀에 차출돼 '적폐 수사'를 했던 사람이 이번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한 한동훈 검사장이다. 그는 당시 이 사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財界)로까지 본격 확대했다. 직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로 있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 등 '적폐 수사'를 총괄했다. 이번에 승진한 박찬호 대검 공안부장도 직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있을 때 국정원 댓글 사건 재수사, 국군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의혹 등 전 정권 수사를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윤 총장이 직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바로 밑에 있던 검사 등 '윤석열 사단' 인사들이 그대로 대검 참모로 승진해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게 됐다"며 "이들이 검찰의 핵심 주류가 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검찰 주변에선 "기존의 '적폐 수사'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는 '윤석열 사단' 못지않게 'PK(부산·경남) 트리오'가 주목받는다. 조만간 법무부 장관 지명이 유력한 조국 전 민정수석, 김조원 현 민정수석과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배성범 지검장이 모두 PK 출신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 사람이 청와대·법무부·검찰을 잇는 핵심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 지검장은 윤 총장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둘은 사법고시 공부도 같이했을 정도로 예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199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3기 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인사로 검찰 최고 실세 기수가 됐기 때문이다. 윤 총장과 그 바로 밑의 대검 차장검사(고검장급)로 이번에 승진한 강남일 차장검사가 23기다. 여기에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끄는 배 지검장,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된 이성윤 국장도 23기다. 이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9년 후배다. 올 초 선거법 등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고소·고발을 당한 국회의원 100여명의 수사를 총괄하게 된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도 23기다.

문찬석 검사장 인사도 뒷말을 낳고 있다. 그는 증권 범죄 수사를 많이 해 증권가가 몰린 서울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번에 광주지검장으로 옮겼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 검사장이 대검에 있을 때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함께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청와대에 밉보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대법원장 찾아간 검찰총장 -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윤석열(왼쪽) 신임 검찰총장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준비하며 김 대법원장의 팔을 잡아 끌고 있다. 취임 다음날인 이날 윤 총장은 김 대법원장을 예방했다. 2분여간 환담을 나눈 두 사람은 기념사진 촬영 후 비공개로 대화했다.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검사장으로 승진한 18명의 출신 지역을 보면 전남(5명), 경남(4명) 순으로 많았다. 고검장으로 승진한 4명 중 2명은 지방대 출신이다. 기업 및 공직 수사를 많이 해온 '특수통' 검사들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인사가 난 고위 간부 39명 중 80% 정도는 특수통"이라며 "윤 총장이 특수통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정연 대검공판송무부장은 이번 승진으로 검찰 사상 세 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한편 '대윤(大尹)' 윤 총장과 매우 가까워 '소윤(小尹)'이라고 불리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원지검장으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