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이어 이번에는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베트남 피해자들을 대리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민변은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은 2017년'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이 TF에는 현재 10명 안팎의 민변 변호사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 24일엔 1200여명 전 회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수행할 대리인단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이들은 안내문에서 "베트남 전쟁 TF에서는 지난해 시민평화법정을 개최해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 사실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법적 책임을 묻는 활동을 진행했다"며 "올해부터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대리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실제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변 회원들은 오랜 시간 우리 국민들이 일본을 상대로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조력해오고 있다"며 "동일선상에서 대한민국 군인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한 잘못에 대해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할 소명 역시 민변 변호사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역사적인 소송에 함께할 변호사들을 찾는다"며 "현재 9명의 변호사가 함께하고 있고 추가로 5인의 대리인을 모집하고자 한다. 특히 신입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민변의 베트남 전쟁 TF는 한국군으로부터 가족을 잃었다고 증언하고 있는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씨 등과 작년과 올해 초 청와대와 국회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 베트남 TF는 이들로부터 소송 위임도 받아놓은 상황이다. 언제든 소송을 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국제법적으로 전쟁범죄는 국가끼리 조약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국내적으로 해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개개인이 전쟁 상대국에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분쟁이 끝이 나겠느냐"고 했다. 익명을 원한 다른 변호사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면 일제 제암리 학살 사건부터 6·25전쟁의 수많은 민간인 학살 피해자까지 모두 모아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6·25 남침 피해에 대해 북한에 소송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민변 베트남 TF가 이번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로 '보편적 인권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민변이 그동안 북한 인권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인사들은 "그동안 민변 차원에서 정치범 탄압 등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낸 기억이 없다" "이중 잣대"라고 했다. 2016년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일부 민변 변호사는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며 "원하는 사람은 북측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면서 역사적 필요성에 의해 치러진 베트남 전쟁에 대해 국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소송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이끌어왔던 민변 소속의 몇몇 변호사가 주축을 이뤄 진행하고 있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솔직히 이번 소송 취지에는 동감하지 않는다"며 "일제 징용자 배상 갈등이 한창인데 또 다른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한 소송 제기는 아닌지 유감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