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전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가 14년만에 촬영됐다. 부식 속도가 빨라, 10여년 뒤면 잔해가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현지 시각) 가디언,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해저탐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가 이끄는 탐사팀이 북대서양 3810m 심해에서 타이타닉호 잔해를 살폈다. 앞선 탐사 후 14년만이다.
탐사팀이 확인한 타이타닉호는 빠르게 부식되고 있었다. 선원용 선실이 위치한 우현 쪽 부식이 특히 심했다. 선장용 객실 일부는 완전히 부식돼 있었다. 탐사에 참여한 역사학자 파크스 스티븐슨은 "선장 욕조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며 "갑판 전체가 붕괴하면서 호화로운 개인용 선실도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탐사팀이 찍은 영상에선 심하게 부식된 선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뱃머리는 박테리아가 금속을 섭취하면서 형성된 고드름 모양의 녹으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탐사에 함께한 과학자 로리 존슨은 "잔해의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악화할 것이다. 이는 자연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부식 현상에는 바닷물의 염분, 금속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심해 조류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심해는 깊이 4000m에 달하고, 수온은 섭씨 1도에 머문다. 거친 환경이지만 철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타이타닉호 잔해에 집단 서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테리아에 의해 녹슨 타이타닉호의 선체는 궁극적으로는 고운 가루로 변해 해류에 떠내려갈 것"이라며 오는 2030년이면 선체가 완전히 분해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첫 항해에 나섰다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다. 사고로 승객 2224명 중 15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침몰한 잔해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 600㎞ 떨어진 해저에 두 부분으로 쪼개져 있다. 타이타닉호 잔해는 2012년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탐사 과정은 영상 제작 회사 애틀란틱 프로덕션(Atlantic Productions)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공개될 예정이다. 탐사대는 유인잠수정을 타고 해저로 5차례 내려가 선체의 모습을 4K(초고화질) 영상으로 담았다. 또 특별 개조한 카메라와 가상현실(VR) 장비로 타이타닉호 잔해를 3차원 형상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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