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던 민주당의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사진)이 28일(현지 시각)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지난 3월 뉴욕 트럼프타워 건물 계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겁쟁이’로 몰아붙이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낮은 지지율과 저조한 후원금 실적으로 고전하다 5개월 만에 꿈을 접었다.

블룸버그와 AP 등 주요 외신은 질리브랜드 의원이 이날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경선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그는 트위터에 "오늘로서 대선 캠페인을 접는다.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나의 때'가 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건 중요하다"고 썼다. 이와 함께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트럼프를 이겨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미국 뉴욕주의 주도인 올버니에서 태어난 변호사 출신으로 올해 53세인 질리브랜드 의원은 정치권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서는 등 여성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 왔다. 경선 캠페인 중에는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래전 아동 보육 세금공제 확대에 반대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일찌감치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질리브랜드 의원은 두달 뒤 첫 유세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트럼프 타워) 계단에서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트럼프 타워를 ‘탐욕과 분열, 허영의 성지’라고 부르면서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나라의 윤리 구조를 허물고 있다. 그는 겁쟁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경선에 참여하는 동안 자신이 '워킹맘(일하는 엄마)'임을 강조하면 정치권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서는 등 여성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 등 함께 경선에 참여한 민주당의 거물 여성 정치인들 틈바구니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여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선거운동을 이어 온 질리브랜드 의원이 역대 가장 많은 여성 후보가 경선에 등장하면서 주목을 얻는 데 실패했고, 정치자금법 개혁 등 다른 주요 이슈에서 확고한 노선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텃밭'인 뉴욕을 지역구로 물려받았고, 클린턴 전 장관처럼 금발의 변호사 출신이란 점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본인의 텃밭에서도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경선 내내 1%대 지지율을 맴돌았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4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 이상'과 '개인 후원자 13만명 이상'으로 3차 TV토론 참가 자격을 제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질리브랜드 의원이 경선 포기 선언 3시간 전에도 트위터에 다음 달 12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릴 3차 TV토론을 위한 후원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역부족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질리브랜드 의원의 사퇴 선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민주당에겐 슬픈날"이라며 "내가 정말 두려워하던 사람이 그라는 것을 그들(민주당)이 알아채지 못해 다행"이라고 비꼬는 듯한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