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약 6만명이 교도소에서 나온다. 운이 나쁘면 오늘 버스 옆에 탄 누군가가 징역 20년형을 마치고 나왔을 수도, 전과 10범일 수도 있다. 그중 재범(再犯)을 저질러 다시 교도소로 가는 비율은 약 25%.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은 달라서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가려는 전과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민간 갱생 보호 시설 '담안선교회'의 임석근 목사는 교도소 출소자들이 사회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담안선교회'는 '교도소 담장 안을 선교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청소년 때부터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며 누적 10년의 전과가 있었던 임 목사는 출소자가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말길 바라는 마음으로 1985년부터 이 선교회를 운영 중이다. 길게는 2년 동안 숙식을 제공하고, 직업 교육, 출소 후 상담, 일자리 알선 등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1년 예산은 약 11억원. 법무부가 절반, 나머지는 일반 기부를 받아 마련하는 운영비다.
갱생 보호 시설이 재범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를 포함한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재범률에 명확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임 목사는 지난 40년간 이야기해왔다. "100% 교화(敎化)가 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르쳐야 합니다. 사회에 용서를 구하는 방법을요."
담장 안 완장 떼어줘야
얼마 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7)의 출소일이 1년 남짓 남았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그의 아내는 피해자의 집에서 1㎞가 안 되는 곳에 여전히 살고 있다고 한다. 임석근 목사는 한숨을 쉬었다.
―조두순이 내년에 출소한답니다.
"저는 조두순이 있는 청송1교도소의 교정위원입니다. 그의 거취에 대해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갈 데가 없다고 하면 저희가 받아줘야겠죠. 저희 선교회 안에서는 "조두순이 오는 순간 우리가 다 죽는다"라고 합니다."
―죽는다니요.
"조두순처럼 모든 국민이 주목하는 출소자를 받는다면 지금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이들의 과거가 전부 다시 도마에 오를 거라는 걱정입니다."
―조두순은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희는 늘 교육합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라고요. 너는 범죄자고, 전과자고, 피해자는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저도 출소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전과자라는 이유로 딸의 혼삿길을 막은 적이 있습니다. 계속 벌을 받는 셈이죠."
―실제로 어떤 교육을 합니까.
"진로 관련이라면, 출소자마다 하고 싶은 게 다릅니다. 단순 노동부터 법조계 등 다양하죠. 원하는 일이 있으면 관련 종사자를 소개해 주고, 없다면 기술직으로 취업하라고 권유합니다. 일괄적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면담 비슷한 예배를 합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전과자가 어떻게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죠."
―교육하면 출소자들이 달라집니까?
"달라지지 않는 사람도 있죠. 그런 사람은 계속 우리 선교회 안에 남겨 교육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민간 시설이라 강제성이 없습니다.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는 거죠. 미처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나가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전자발찌를 찬 채로 성폭행했던 서진환입니다. 저는 그가 사회에 나갈 준비가 덜 됐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런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면 사고를 칩니다. 만약 시설에 조금 더 있게 할 수 있었다면 범죄는 안 일어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브룩스'는 50년간 모범수로 복역했다. 그러나 뜻밖의 가석방 소식을 듣자 친한 수감자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너를 죽여 여기 다시 남겠다"고 한다.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브룩스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영화 속 브룩스 같은 사람이 많습니까?
"실제는 더 끔찍하죠. 2016년 5월 새벽에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묻지 마 살인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밤 7시쯤 범죄자가 경찰에 자수합니다. 돈을 뺏은 것도 아니고, 그냥 교도소가 가고 싶다고 죽였다는 겁니다. 나오기 전 15년을 살았다는데, 아마 교도소에서 완장 차고 지냈을 겁니다. 사회로 따지면 대단한 자리예요. 자기가 조금 잘나갔던 사람인데 굽실거리려니까, 이판사판이라는 마음으로 수락산에서 다시 그런 겁니다."
―그런 사람도 교화됩니까.
"자존심을 버릴 수 있게 교육하는 것도 저희의 주된 내용 중 하나입니다. 너는 사회 기준으로 1000원짜리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자신을 스스로 100원짜리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새로 시작하자고 가르칩니다."
임 목사와 함께 담안선교회를 둘러보던 중 한 출소자에게 말을 건넸다. "○○아, 운전 훈련 교육받으러 가지? 거기 가서도 절대 의지하지 마라."
―무슨 뜻인가요.
"전과자 대부분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국가에서 도움을 받으며 살아온 겁니다. 나라의 복지뿐이겠어요. 자선 단체 같은 곳에서 찾아와서 반찬 주고 쌀 주고 돌봐주죠. 교도소 안에서도 비슷해요. 종교 단체들이 와서 사식(私食) 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움에 익숙해지고, 교도소 세 번 다녀오나 네 번 다녀오나 별 차이도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작아지는 담안선교회
서울 중랑구에 있는 담안선교회는 입구를 찾기 어렵다. 사방이 나무로 우거져 있고, 높은 철제 담장이 있어 위치 파악이 힘들다. 담장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만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시설 안쪽이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 때문에 구청에서 설치한 '가리개'라고 한다. 135명이던 정원도 법무부의 권고로 지난해 100명으로 줄었다.
―저라도 거부감이 들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갓 나온 출소자들이 교육받는 곳이니까요. 이곳 주민분들도 다들 그러십니다. '분명히 필요한 시설인데, 우리 동네에는 없었으면 좋겠다'라고요. 쓴웃음만 짓죠."
임석근 목사는 지금까지 8400명이 넘는 출소자를 가르쳐 사회로 내보냈다. 약 1만2000명의 재소자에게 직장을 알선했다. 전과자 남녀 100쌍 이상을 결혼시켜 주기도 했다.
―이곳을 거쳐 간 출소자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한 출소자는 대학교 정교수를 꿈꾸고 있어요. 그런데 서류는 전부 합격하는데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전부 인성 부족이랍니다. 그 사람이 전과자라는 사실 때문이죠. '더는 상처받기 싫다'며 웁디다. 그 자리에서 험한 욕을 퍼부었어요. '그게 우리 삶이다. 계속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고요. 밤새 서로 전화기에 대고 울었죠."
―그런 대우가 부당합니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과자를 전과만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사회적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방에서 가출 청소년 25명을 먹이고 재우는 친구도 있고, 사회복지사가 되기도 하지요. '30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당장 내일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는 반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전과가 없는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말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