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 리모델링 등에 세금 7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이며, 서울시 자체 지원으로도 역대 최대액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민노총 사무실 관련 지원액은 1억여원이었다. 시는 이 같은 지원의 근거로 '근로자 복지 시설 운영' 조항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특정 노동 단체 지원은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최근 '강북 근로자복지관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 설계' 용역을 공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민노총이 사무실로 쓸 건물이다. 대상지는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서부수도사업소 건물(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260㎡)이다. 현재는 비어 있다. 시는 기존 5층 가건물을 철거하고 1개 층 수직 증축, 전 층 리모델링, 내진 보강 공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용역안에 따르면 건물 1층에는 노동상담실과 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과 본부장·부본부장실이 들어선다. 2층에는 교육실과 세미나실, 3~4층에는 중·소 규모의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 사무실, 5층에는 행사를 위한 대강당이 마련된다. 시는 설계비 3억1800만원, 공사비 62억4000만원을 포함해 전체 사업비 72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올해는 건물 관리·운영비로 1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당초 민노총 측에서는 "각 산별노조 지역 본부들을 입주시키려면 공간이 부족하다"며 2개 층 증축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예산 부담을 이유로 1개 층 증축을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2개 층을 증축할 경우 사업비만 1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돼 1개 층 증축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설계 당선작을 정하고 이르면 내년 말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 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 소유인 은평구 녹번동 건물을 쓰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입주 당시 시설 보수비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시는 2002년부터 강북 근로자복지관 사업 운영을 민노총에 맡기면서 건물을 무상으로 쓰도록 했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강북 근로자복지관이 건물을 바꿔 이전하면서 2002년 중구 장충동(483㎡), 2005년 중구 예관동(747㎡), 2008년 서대문구 충정로2가(1200㎡), 2011년 말 은평구 녹번동(1857㎡)으로 옮겨갔다.
시는 한노총 사무실도 지원하고 있다. 한노총은 지난 1992년부터 영등포구 서울 근로자복지관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이 건물 리모델링 및 1개 층 증축 공사에 23억원을 썼다. 민노총 사무실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는 이 단체들에 대한 지원 근거로 '지자체가 근로자를 위한 복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기본법 제28조와 서울시 노동자복지시설운영에 관한 조례를 든다. 그러나 서울시 근로자 전체를 위한 복지 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각 노총 사무실로 쓰이고 있어 법의 취지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각 근로자 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률 상담, 근로자 복지 프로그램 등이 사실상 각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서울시 근로자 전체에게 복지관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방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관련 사안에 대해 답변을 듣기 위해 민노총 서울본부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민노총 측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