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천과 불과 330㎞ 떨어진 산둥(山東)반도 동쪽에 스다오완(石島灣) 원전(原電) 3기를 건설하는 등 한반도와 마주한 동·남해안을 따라 신규 원전 11기를 건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상업 가동 중인 47기의 원전도 모두 우리나라와 마주한 동·남해안에 배치돼 있다. 특히 한반도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중국 동북부 해안에만 원전 10기가 가동 중이고, 7기가 신규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내세워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해 방사능 오염 물질이 편서풍과 해류를 따라 한반도에 유입되면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3일 원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원자력 안전백서를 발간하고 중국 내 원전 운영 및 건설 현황을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6월 13일 기준, 중국이 상업 운전 중인 원전은 47기, 스다오완 원전을 포함해 신규 건설 중인 원전은 11기다. 상업 운전 중인 원전만 따져도 미국(98기)과 프랑스(58기)에 이어 세계 3위이고, 신규 건설 원전 수는 세계 1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은 총 450기,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은 52기다.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21%를 중국이 한반도 바로 맞은편에 짓고 있는 셈이다.

신규 원전 건설이 모두 완료되면 중국의 총 원전 수는 58기로 늘어, 프랑스와 함께 미국에 이은 세계 2위가 된다. 중국은 2030년까지 원전 110기를 운영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전 대국이 되고, 전체 발전량의 11%를 원자력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3% 수준인 원자력 비중을 4배 가까이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中 해안 따라 원전 58기 집중

당초 중국 정부는 내륙에도 원전 40여기를 건설해 내륙의 전력난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계획을 접었다. 인구가 밀집한 내륙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연안보다 피해가 더 클 수 있고, 가뭄으로 인한 냉각수 공급 중단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동해안에 집중적으로 원전을 건설하면서 한반도와 마주한 이 일대는 '원전 벨트'가 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와 같은 위도상에 있어 한국 서해와 지척인 랴오닝성·산둥성·장쑤성에는 이미 10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고 신규 원전 7기가 건설 중인데, 앞으로 더 많은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다.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500㎞ 떨어진 산둥성엔 아시아 최대 규모인 하이양(海陽) 원전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원전 2기가 작년 10월 운전을 시작했고, 모두 1000억위안(약 16조원)을 투자해 8기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8기가 모두 건설되면 설비 용량은 최대 10GW(기가와트)에 달할 전망이다.

中 원전 사고 시 3일 만에 韓 유입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오염 물질은 대부분 바람이나 해류를 타고 일본 동쪽 태평양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편서풍과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 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돼 '재앙' 수준의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직선거리가 970㎞인 중국 장쑤성 톈완(田灣)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편서풍을 타고 빠르면 3일 안에 방사능 오염 물질이 한반도 상공에 도달한다. 방사능 오염수도 해류를 타고 두 달 내에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도달할 수 있다. 장쑤성보다 훨씬 가까운 산둥반도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방사능 오염 물질은 더 빠르게 한국으로 유입될 우려가 크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원전에 대한 외부 우려를 의식한 듯 그간 핵을 안전하게 관리 사용해왔다고 강조했다. 백서는 "원자력 안전성을 국가의 중대 책무로 설정, 관련 정책과 법 체계를 높은 수준과 엄격한 기준하에 수립하고 구축했다"며 "안전 면에서 만전의 국가 전략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IAEA가 2000~2016년 4차례에 걸쳐 중국의 관리 감독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한국이 안전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쓴다 해도 중국·일 본 등 주변국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만 붕괴해 기존 원전의 유지·보수 등 안전까지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