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은 문산호에 실려 어딘가로 향하는 학도병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학도병들은 방탄모도 지급받지 못한 채 교복 모자를 눌러 쓰고, 뱃멀미를 호소한다. 배 밖의 바다는 폭풍우가 쏟아지고 있고, 자칫하면 배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들이 이토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 향하는 곳은 장사리 해변이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우들'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1950년 9월 14일 양동작전으로 진행한 장사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훈련 기간 2주, 평균 나이 17세의 학생 772명은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으로 북한군의 이목을 돌리는 기밀작전에 투입됐다. 낡은 장총과 부족한 탄약, 최소한의 식량만을 보급받은 그들은 문산호를 타고 장사 해변에 상륙해 인천상륙작전 전에 북한군을 교란하는 역할을 해낸다.
이 작품은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학도병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장사상륙작전을 성공리에 펼치는 모습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장사상륙작전과 이 작전에서 희생된 학도병들에 포커스를 맞춘다. 양동작전인 인천상륙작전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로 짧게 처리하는 등 필요한 장면만 담으려 했던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타 전쟁영화들이 보통 2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지는 데 반해, 이 작품은 104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다. 긴 영화를 지루해할 젊은 유튜브 세대를 위한 곽경택 감독의 배려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과 이로 인한 압축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곽경택 감독은 전투신보다 학도병들 개개인의 희생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투신은 꼭 필요한 것으로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학도병들의 사연으로 채웠다. 이 때문에 영화는 어려움이 많이 따랐을 장사상륙작전이 손쉽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영화 중반부에 20~30분을 할애하며 갑작스레 나오는 '하륜'(김성철)과 '성필'(민호)의 사연은 극 전개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그마저도 시간의 한계상 학도병들 개개인의 사연을 고루 비추기보다 주연 두 인물에 드라마가 집중돼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학도병 중 홍일점이었던 이호정이 연기한 '종려'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이는 곽 감독에 탄생시킨 캐릭터다. 곽 감독은 당시 이북에 있던 자신의 이모부가 7대 독자라 그의 누나가 자신이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면사무소를 찾아갔다는 실제 이야기를 캐릭터로 녹여냈다. '종려'는 주체성에 있는 미군 종군기자 메간 폭스와는 대조를 이루며 당시 한국의 시대상과 여성의 지위를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다. 극 중 가장 개성적 인물이라고 꼽을 만 하다.
명확한 반전(反戰) 메시지 또한 이 영화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영화 속에서 '성필'은 어릴 적 절친했던 사촌과 적군으로 만난다. 북한군의 포로가 된 경기고 학생은 같은 아군인 남한군을 공격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영화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반공의 메시지보다 '전쟁 자체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뚜렷이 한다. 하지만 명확한 '적'이 상정되지 않은 만큼 극의 후반부에서는 몰입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화로서는 대놓고 '국뽕'인 영화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헐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의 존재와 민호의 연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미국에서 온 종군기자 '매기'(메간 폭스)의 분량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매기'의 이야기가 극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보다 또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올곧은 모범생' 이미지를 연기해야 했다는 지점이 이해가 되지만, 민호의 연기는 어색함을 벗지 못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의 시작은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문구로 시작해 당시 실존 인물들의 사진으로 끝이 난다. 제작진은 영화의 고증을 위해 부단히 애썼다. 제작진은 당시 장사상륙작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현실성을 더했다. 실제 방탄모도 지급받지 못했을 정도로 열악한 학도병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고, 김명민이 연기한 '이명준' 대위와 메간 폭스가 분한 '매기' 역은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대중에게 영화 '친구'로 친근한 곽경택 감독과 김태훈 감독이 공동연출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아이리스 2'를 연출했고, '포화 속으로'를 공동 감독했다.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명계남 등이 출연했다. 개봉일은 25일이다. 104분, 12세 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