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아들 조모(23)씨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입시 합격을 결정한 '면접 점수표'가 학교에서 모두 사라졌다. 규정에 따른 의무 보관 기간이 2년 이상 남은 상태였다. 조씨가 합격했을 때 그의 아버지 조 장관은 이른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의 대부(代父)'로 통하는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와 함께 청와대 소속으로 근무했다.
24일 연세대와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조 장관의 아들이 재학 중인 연세대를 압수수색하며 그와 관련된 입시 서류 일체의 제출을 요구했다. 조씨가 작성·제출한 '입시 원서'와 학교 측 입시 면접위원들이 작성한 '면접 점수표' 등이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9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도 끝내 조씨 면접 점수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세대 정외과 사무실에 보관돼 있어야 할 2016~2018년 1학기 입학자 전원(全員)의 면접 점수표가 통째 사라진 것이다.
검찰 수사관들이 학과 관계자를 상대로 서류가 사라진 이유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그런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서류가 사라진 이유를 모르겠다" 등의 답변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가 사라진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조씨는연세대 정외과 대학원에 재수(再修)를 거쳐 합격했다. 2017년 후기 입시에 불합격한 뒤 2018년 전기에 재도전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앞서 제출하지 않았던 서울대 법학연구소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발급된 '인턴십 활동증명서'를 제출했고, 합격했다.
당시 연세대 대학원생 모집 요강에 따르면, 서류를 제출할 경우 '대학 입학 이후 경력만 인정'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서울대 인턴십은 조씨 고3 때의 활동이다. 제출할 이유가 없었고, 제출했더라도 평가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었다. 평가됐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실종된 면접 점수표다.
연세대는 면접 점수표 등 학교가 작성한 입시 관련 서류를 '4년간 각 학과 사무실'에 보관하도록 규정한다. 누군가 조씨 입학 의혹과 관련해 고의로 폐기했다면 증거인멸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일부 국회의원이 조씨의 합격 당시 제출 서류 목록과 채점표 등을 연세대 측에 요구했을 때도 학교 측은 "개인 정보와 관련돼 제출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압수수색 전까지는 분실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조씨가 합격한 2018년 전기 입시 전형의 지원서 접수와 면접 평가 등은 2017년 하반기에 진행됐다. 문재인 청와대는 그해 5월 출범 직후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를 초대 민정수석으로,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이후 연세대 정외과 출신들은 외교 라인 요직을 대거 차지했다. 문 특보를 정점(頂點)으로 조현 주(駐)유엔대사,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최종건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 등이 현 정부 출범 직후 발탁되거나 승진 임명됐다.
연세대 대학원에 입학한 조씨는 2018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배종윤 교수의 전임 조교로 활동하며 장학금도 받았다. 배 교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문 특보였다. 배 교수는 지금도 문 특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아시아연구기금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정외과 한 대학원생은 "당시 학교에서 배 교수는 조교를 두고 있음에도 자기가 직접 우편물을 가지러 가는 모습이 여러 번 학생들 눈에 띄어 '황제 조교를 모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배 교수는 본지에 "조씨가 지원해 조교로 받아준 것은 사실이지만, 내 수업을 들은 적도 없고, 내가 논문 지도교수도 아니다"며 "조씨는 유학 준비에 전념하라는 내 조언에 따라 조교를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또 "문 특보는 조 장관과 친하지도 않고, 조씨가 우리 학과에 다니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