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린란드의 부동산이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린란드란 나라에 문의가 늘고 집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덴마크 자치령이자 외딴 북극섬인 그린란드가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사람들은 처음엔 그린란드 매입설에 화가 났지만 이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관광 사업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외부인들을 끌어모으는 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백악관 참모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가 ‘북서항로’ 등 북극 패권 경쟁에 중요하다고 판단,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서 사상 최대 부동산 거래를 꿈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전에도 그린란드의 중요성에 주목했고 지난 1964년 미국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덴마크 구매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린란드는 많은 가치 있는 광물을 보존하고 있고 미국에 전략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과거에도 미국이 매입 의사를 밝혔지만, 덴마크는 계속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부동산 회사 소유주인 라르세라크 씨 에게데씨는 "보통 1~2년에 한번쯤 구매 의사가 있는 이들에게 문의가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소식 이후 일주일에만 약 10건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런던의 한 구매자는 누크의 집값을 반복적으로 물어봤고 집값이 얼마나 비싸졌는지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체 매물이 보통 한달 안에 팔리고 가장 인기 있는 매물은 하루나, 몇시간 안에 종종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전에 바로 팔린다"고 덧붙였다.
누크의 고급 주택 가격은 약 1000제곱마일의 방3개 아파트가 약 400만 덴마크 크로네(약 58만9000달러, 약 7억원) 이상이다. 현재까지 거래된 가장 높은 가격의 주택은 누크에 있는 곳으로, 지난해 125만달러(약 14억원)에 거래됐다.
당시 이 거래를 중개한 에게데씨는 "그 집은 누크의 중심부 근처에 있고 최고의 품질에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을 갖춘 3900제곱마일에 달하는 저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린란드에서는 누크의 집값이 가장 비싸지만 이 곳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일룰리사트의 집값도 뛰고 있다
그린란드의 트로 즐스가드씨는 "일룰리사트에 있는 4채의 집을 사들였는데, 5년 전 첫 집을 구입한 이후 현재 집값이 30% 정도 올랐고 요즘엔 팔 집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낮은 영토다. 약 5만6000명의 사람들이 83만6000제곱마일 안에 살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은 이누이트 원주민이 그 조상이다.
섬의 일부 지역은 겨울 몇달 동안 해가 뜨지 않는다. 섬의 대부분은 얼음 밑에 있고 해안 지역의 산에는 바위가 많아 건물을 짓기 어렵다. 이 때문에 몇 안되는 건물의 가격도 비싸다.
얼음과 수천피트 깊이의 피오르드로 분리돼 있는 이 섬의 마을로는 보트와 비행기, 개썰매 등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낚시와 관광산업을 주력으로 한다.
그린란드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케네스 모텐센씨는 "해외 여행을 하면 북극과 대서양 사이의 캐나다 동쪽에 있는 그린란드에 대해 사람들이 거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우리가 북극곰을 타고 이글루에 산다고 생각한다"며 "그린란드 사람들도 다들 집에 살고 난방도 하고, 불을 켜면 집안이 녹지 않는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부동산을 사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은 그린란드의 부동산 제도를 먼저 알아둬야 한다. 이 곳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이고 개인이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집을 짓는 것은 지방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룰리사트에서 관광 회사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카스퍼 트롤스가드씨는 "우리는 ‘차를 빌릴 수 있나요’란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서 "이 지역에서 가장 긴 길은 약 6~7㎞"라고 말했다.
그린란드 사회를 연구하는 이곳의 주민 클라우스 게오르그 한센씨는 "그란란드에는 어딘가에 있는 국제공항이 단 한곳 뿐"이라면서 "누크나 시시미우트 지역으로 가는 직항편은 거의 없고 누크와 일룰리사트 지역을 위해 2개의 새로운 국제 공항이 계획돼 있다"고 했다.
지난 2011년 그린란드 정부 관련 행정 업무를 위해 이 곳으로 이사한 페더슨씨는 "내 집밖 발코니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실외 생활을 좋아한다면 이 곳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에 집을 구하기 전에 근무처인 정부가 제공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많은 그린란드 사람들이 정부나 고용주가 소유한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 태어나 20년 동안 그린란드에 살았던 건축가 토마스 리스씨는 "20년 전만 해도 몇 가구만 자신의 집을 지었지만, 이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