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의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귀국길에 들른 경유지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무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김명길은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3터미널에 도착 후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며 실무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올해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난 후 약 8개월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미·북 실무협상은 8시간 반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김명길은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5일(현지 시각) 오후 6시 30분쯤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며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고도 했다.
실무협상 결렬 후 미 국무부는 스웨덴 측이 스웨덴에서 2주 안에 미·북 실무협상을 재개하도록 초청했으며 미국은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명길은 2주 안에 협상 재개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냐"고 했다. 이 답변만 봐서는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이 재개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명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이나 미국과의 대화 의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모두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事變)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했다.
김명길은 6일 오전 귀국을 위해 북한대사관을 나서면서 ‘2주 후 다시 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나’란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명길은 스톡홀름 출발 후 경유지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미국은 새로운 타개책을 마련하지 않고 찾아왔다"며 "2주 안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김명길은 "우리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