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느냐, 살리느냐'. 거리 쓰레기통을 놓고 시민단체, 서울 자치구 담당자 100명이 모여 끝장 토론을 벌인다. 서울시는 "쓰레기통은 늘려도 문제, 줄여도 문제"라며 "설치 및 운영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6일 관계자들이 모여 합동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쓰레기통만을 주제로 대규모 토론회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서울 중구 태평로 거리의 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넘쳐나 보기 흉하게 노출돼 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앞 서울광장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광장에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 지나 4호선 명동역까지 가는 1084m 구간에서 쓰레기통은 5군데에 있었다. 이날 명동을 지나던 고등학생 이모(18)군은 "먹고 난 음료수 컵을 계속 들고 다녀야 해서 불편하다"며 "거리 쓰레기통을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거리 쓰레기통은 지난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시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를 도입하며 쓰레기 배출에 요금을 매기자 가정 쓰레기를 거리 쓰레기통에 몰래 갖다 버리는 사례가 발생해 쓰레기통을 없앴다"고 밝혔다. 1995년 서울 전체에 7607개였으나 2007년 3707개로 절반 정도만 남았다. 그러나 일부에서 쓰레기통이 필요하다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차츰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9월 기준 총 6940개다.

일부 자치구는 끊이지 않는 무단 투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쉽게 늘리지 못한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296개였던 쓰레기통을 올해 172개로 40%나 줄였다. 동대문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민원이 이어지면 쓰레기통을 치워 창고에 넣어두고, 거리 쓰레기가 늘어나면 다시 설치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도 쓰레기통을 줄여 지난해까지 구 전체에 19개만 남겨놨다. 구 관계자는 "새벽 시간에 몰래 검은 봉지에 담은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무단 투기족이 많다"고 말했다.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올해 54개로 늘렸다.

일본 도쿄는 24년 전부터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계기로 거리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다. 테러 위험 때문이었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거리에 쓰레기가 넘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민 의식이 이런 우려를 잠재웠다.

미국 뉴욕시는 2017~2018년 쓰레기통 1131개를 치웠다. 올해도 110개를 치워 2만3000여 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쓰레기통을 줄인 뒤 쥐가 늘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시민이나 관광객이 거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위생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뉴욕시 위생국 측은 "쓰레기통을 줄이는 것이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면서도 "쓰레기통 디자인을 바꿔 용량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뉴욕시의 고민은 쓰레기 문제가 결국 시민의식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4일 명동사거리의 한 쓰레기통은 종이 가방, 플라스틱 음료컵, 휴지 등이 어지럽게 튀어나와 있었다. 관리를 맡은 미화원 하모(60)씨는 "쓰레기통이 많을수록 쓰레기가 많아진다"며 "노점 포장용기, 꼬치 막대, 플라스틱 컵, 나무젓가락 등을 일일이 꺼내 분리수거하는 것도 큰일"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의 적정한 쓰레기통 개수는 얼마인지, 분리수거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정책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