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재팬과 라인 통합의 열쇠는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회담에 있었다."

최근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는 각자의 자(子)회사인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검색 서비스, 대화 어플리케이션, 전자상거래 등 양사가 가지고 있는 폭넓은 서비스를 바탕으로 일본 내 이용자 1억명 규모의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선 두 회사의 통합 배경에 지난 7월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사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지난 14일 온라인판에서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손 회장이 지난 4월부터 라인 인수를 노리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를 도운 것은 지난 7월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1시간 30분간 접견한 바 있다. 손 회장 측에서 6월 말쯤 문 대통령을 접견하고 싶다고 청와대 측에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락해 이뤄진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개별적으로 만난 기업인은 손 회장이 두 번째였다.

주간문춘은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라인의 모(母)회사와 접촉을 주선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손 회장은 문 대통령과 접견한 뒤 같은 날 저녁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글로벌 투자책임자) 등과 서울 성북구의 모처에서 2시간 30여분 간 회동했다.

두 회사는 손 회장이 문 대통령과 이해진 네이버 GIO를 잇달아 만난 지 182일만인 18일 통합과 관련한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다. 라인의 최대주주인 네이버와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의 모회사 소프트뱅크는 현재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를 먼저 설립한 다음, 이 합작사로 Z홀딩스와 라인을 모두 흡수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Z홀딩스(2019년 3월 기준)와 라인(2018년 12월 기준) 매출액 합계는 약 1조 1600억엔(약 12조 4296억원) 수준이다. 라인은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로 사용자 수가 일본에서만 8200만명에 달한다. 해외에도 1억 400만명의 이용자가 있다. 야후재팬은 월 평균 포털 이용자가 6700만명에 이르며 기타 어플리케이션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1억 4000만명에 달한다.

두 회사 합병 이후엔 단숨에 일본 내 인터넷 기업 중 선두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두 회사는) 이번 통합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메가 플랫폼 포맷’에 대항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는 2020년 10월 안에 완전한 경영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통합된 두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아시아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 중국의 바이두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기업과도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통합해, 더욱 강화된 혁신 모델로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비즈니스를 전개. 인공지능(AI) 기술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재팬은 "야후재팬은 기존 웹(web)이 잘나가던 시절부터 축적된 뉴스, 지도, 금융 서비스 등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모바일 앱(app)에선 이렇다할 선두적인 어플을 가지지 못했었다"면서 "라인은 메시징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슈퍼 앱’을 보유 중인데, 이것이 야후가 가진 서비스와 결합된다면 큰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콘텐츠에서 강한 야후재팬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라인이 합병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통합이 의도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두 회사 일부 서비스가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 금융, 인프라 등에서 라인과 야후재팬의 일부 서비스가 중복돼 ‘서로 잡아먹는(食い合い)’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 이후엔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견줄 만한 기업이 되는데, 전세계적으로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