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 MIA·지소미아)을 파기하지 않고 당분간 '동결(freeze)'하는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관리는 이날 통화에서 "23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지금도 한·일 양국을 독려하고 있다"며 "한국이 출구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가 아니라 동결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는 지난 8월 문재인 정부의 파기 결정에 따라 오는 23일 자정을 기해 종료된다. 하지만 '동결'을 통한 종료 유예안을 택할 경우 한·미는 지소미아를 종료하지 않고 연장도 하지 않은 상태로 일정 기간 둘 수 있게 된다. 이 상태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양보를 하거나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할 또 다른 명분을 찾게 되면 그때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론'은 미국 정부가 그간 강력하게 요구해온 '지소미아 연장' '지소미아 파기 결정 철회'에서 한발 물러선 방안이다.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해둔 상태에서 해법을 찾을 시간을 벌고, 지소미아를 둘러싸고 치솟고 있던 한·미 동맹 간 긴장도 완화하자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총동원된 미국의 총력전에도 한·일 양쪽은 모두 지소미아 연장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한 안보전문가는 "한·일 지소미아 체결 과정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미국은 이번에 종료되면 재협상을 통해 다시 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연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이런 처지를 고려해 한국 측에서 '지소미아가 이번에 종료되더라도 일본이 수출 규제 등을 양보하면 즉각 재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한·미 갈등을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판단 실수가 만든 동맹의 위기"라 한다. 한 전문가는 "한국이 파기 결정을 고수할 경우 한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평을 들으면서 동맹의 급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위급 회담이 어려워지고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의 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동맹 관계의 질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고집하자 워싱턴에서는 방위비 분담협상에서 트럼프의 과도한 요구에 몰린 한국에 대한 동정심이 사그라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