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매체에 내가 수리한 집이 '○○네 집수리'란 이름으로 소개되자 "이건 집수리가 아니네?" "완전 리모델링이구먼"이란 댓글들이 달렸다. 이런 반응을 통해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리(修理)'가 내 마음속 의미와 다름을 알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수리는 수명을 다한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 규모 또한 집 전체가 아닌 일부에 국한하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리페어'와 가까웠다. 반면 내가 생각하는 수리는 공간적 수리가 병행되는 '리노베이션'에 가까웠기에 많은 이들이 그건 '집수리'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북의 오래된 주택가에 신축 열풍이 불면서 '빌라'라고 부르는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섰다. 첫 번째 들어선 집이 보현봉을 가리고, 다음 집은 백악산을, 뒷집은 햇볕을, 옆집은 바람을 막자 신축을 하려고 (업계 용어로) '가(假)설계를 떠본' 이 동네 토박이 A씨는 1~2층을 전세를 주고 조금만 보태면 맨 꼭대기 층에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잘하면 전망도 다시 열리는 것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1층에 두 대분의 주차장을 두면 마당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면 아파트와 무엇이 다르냐는 생각에 이르자 오래된 감나무를 베는 것도, 불법이지만 용케 적발되지 않은 서너 평의 창고도 아까워졌다. 생각은 점점 자라 아내를 위해 입식으로 부엌을 들이고, 별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창고를 방으로 만들어 아들에게 주고, 집 전체를 새로 단열하면 정든 집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이 경우는 '리페어'를 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간이 포함되고, 낡은 집에 생명을 부여했고, 외관은 요즘 식으로 바꾸었으니 '리페어 & 리노베이션 & 리바이탈리제이션 & 리스타일'이라고 불러야 할까? 퉁쳐서 '리모델링'이라고 할까? 이럴 때 꼭 맞는 말이 '수리(修理)'다. 닦을 '수', '다스릴 '리'. 얼마나 완벽한 말인가. 대상이 방이면 방수리고, 집이면 집수리며, 더 확장하면 동네 수리와 도시 수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