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영상 '백년전쟁'을 제재한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이 위법이라며 원심 파기 결정을 내렸다. '백년전쟁'이 보여주듯이 좌파 단체들은 한국 현대사를 '반(反)민중·반민족·반민주(反民主)의 역사'이자 '지우고 싶은 대상'으로 해석했다. 이런 좌(左)편향에 맞서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를 '건국'과 '부국'으로 재정의한 정치학자가 고(故) 김일영(1960~2009·사진) 전 성균관대 교수였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회장 최영진)가 올해 김 교수의 10주기를 맞아서 추모 세미나를 연다. 30일 중앙대에서 열리는 연례 학술회의 겸 총회에서다. 세상을 떠난 동료 학자를 기리려고 추모 세미나를 여는 건 이례적이다. 김 교수는 586 세대의 현대사 지침서 역할을 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맞서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한국 현대정치사 분야에서 '건국과 부국' '주한미군' 같은 저서를 남겼다. 언론 칼럼을 통해서도 자유주의적 가치의 확산에 앞장섰던 중도 보수 지식인이었다.

김세중 전 연세대 교수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 '김일영 교수의 학문 세계를 회고한다'에서 "김일영 교수는 한국 현대사를 지우고 싶은 역사로 해석하는 '수정주의' 바람에 맞서 탄탄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사를 성공의 역사로 파악하는 '포스트 수정주의' 흐름을 견인한 학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기존 좌파적 현대사 해석이 '미시적'이고 '일국적(一國的)' 시각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김 교수의 현대사 인식은 '거시적'이고 '비교사적 시각'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세중 교수는 "그(김일영 교수)가 강조한 거시적 시각에는 특정 사건의 의미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차원도 포함된다. 눈에 띄는 예는 1950년 실시된 토지개혁의 결과인 기득권적 지주 계층의 몰락이 5·16 이후 발전 국가의 형성을 용이하게 한 요인이 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교수는 "수정주의 역사관은 건국 이후 수많은 난관과 모순된 상황을 딛고 한국 사회가 이룩한 성취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며 "수정주의를 넘어서는 김일영 교수의 한국 현대사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학설을 생산하는 차원을 넘어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 세미나에서는 조성환 경기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강규형·김도종(이상 명지대) 김태효(성균관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