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여·30)씨는 매달 초 새벽 시간에 기상해 스마트폰 앱을 켜놓고 아침 7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SRT(수서고속철) 정기권을 끊기 위해서다. 정기권은 입석을 타는 대신 원래 표 값의 45~50%를 할인해주는 일종의 통근권이다. 김씨는 구간, 시간, 결제 카드 정보 등을 미리 입력해놓고 표 판매가 시작되는 아침 7시 직전부터 '광클릭'을 하지만 매번 1분 만에 표가 매진돼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천안아산~수서 구간의 1개월 정기권은 약 20만원, 정상 가격(40만원)의 절반이다. 김씨는 "부부가 함께 서울로 출근하는 우리 가족 입장에선 구입에 실패할 때마다 40만원씩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라며 "정부는 자꾸 주거비 비싼 서울 대신 신도시에서 살라고 하지만, 교통비를 생각하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다"고 말했다.
SRT를 이용하는 서울 출퇴근족(族)이 정기권을 못 끊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SRT 정기권 수량은 열차당 최대 54장으로 제한돼 있다. 동탄~수서 구간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엔 오전 6시 53분~오전 8시 38분까지 7대의 열차가 있다. 동탄신도시 인구 30만명 가운데 0.1% 남짓인 약 370명만 정기권을 끊을 수 있는 셈이다. 서울 도심에만 정차하는 KTX는 출퇴근용 정기권 물량 제한이 없다. KTX 열차는 최대 18량으로 편성돼 있고 열차 수도 많지만, SRT는 8량 구성이고 열차 수도 훨씬 적다는게 운영사인 SR 측 설명이다.
SR은 "정기권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지나치게 많은 입석 인원을 태우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다른 승객들이 불편해해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두고 있다"고 했다. SRT 정기권 문제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SR은 열차 수를 늘리기 위해 올해 6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예타를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고, 만약 통과돼도 열차를 주문해도 운행까지는 최소 3~4년 이상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