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PD 출신
서핑 좋아서 매주 강원도 오가다
행안부 지원 받아 강릉에 호스텔 창업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경치 좋은 곳 가면 '여기 내려와 펜션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비용 걱정에 엄두 내지 못한다. 실제 얼마나 들까. 강원도 강릉에 내려가 호스텔을 운영하는 한귀리 '위크엔더스' 대표를 만나 창업 비용과 생활에 대해 들었다.

◇펜션보다 숙박비 저렴한 호스텔

‘위크엔더스’는 호스텔이다. 개인 단위로 숙박을 받는다. 한 방에 여러 개 침대가 있고 그 중 하나를 빌리는 개념이다. 모르는 사람과 한 방을 써야 하지만, 펜션과 비교해 비용이 저렴하다. 낯선 사람을 새로 만나는 걸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숙박객들과 사진을 찍는 한귀리 대표(가운데)

KTX 강릉역에서 도보로 7~10분 거리 교동 시내에 있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다. 4개실 15인 정원으로 지난 6월 오픈했다. "성수기 때 문을 열어서 초반이 정신 없게 지나갔는데요. 지금은 여유가 생기면서 이것 저것 계획했던 구상들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2층 구조로 돼 있다. 2층은 숙박공간으로 1층은 조식을 먹을 수 있는 바(bar)로 운영한다. "취사가 되지 않는 대신, 바에서 지역 특산물로 만든 조식을 제공합니다." 조식 시간이 지나면 커피나 차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바(book bar)로 운영하다가, 저녁은 시그니처 음료, 맥주, 간단한 음식을 파는 바로 변신한다. 바는 숙박객 외에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다. 숙박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스테이 공간을 추구합니다."

-숙박객은 얼마나 되나요.
"성수기 때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꽉 찼고요. 비수기인 요즘도 주말은 다 찹니다. 평일은 혼자 쉬기 위해 여행 오는 분들이 꾸준히 찾습니다."

◇서핑 배우면서 강원도 바다 매력 푹 빠져

언론학을 전공하고 방송사 TVN에 피디로 들어갔다. ‘언론고시’라 불릴만큼 어려운 방송사 PD 자리. 연말 음악시상식,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등 조연출을 맡았다. 누구나 부러워할 일인데 5년 만에 그만뒀다.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방송할 때도 파일럿 프로그램 같은 새로운 일을 맡는 게 재밌었습니다. 경험을 살려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을 차렸어요. 고객 의뢰를 받아 공연기획, 이벤트 진행 등을 했습니다." 첫 창업이라 오래 가진 못했다. 사업을 접고 GS샵에 들어가 조직문화 업무를 맡았다.

방황이라면 방황이라 할 상황. 우연히 ‘서핑’을 접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세상에 이런 재미도 있구나 했습니다. 바다 자체에서 느껴지는 행복도 좋았습니다." 주말마다 강원도로 가서 바다와 서핑을 즐겼다. 해외 여행도 하와이나 발리 같은 서핑이 가능한 곳만 찾았다. "자연스레 바다 옆에 사는 것에 대한 동경이 생겼습니다."

주말마다 빠짐없이 강원도 오가는 생활을 3년을 했더니 한계가 왔다. 바다가 싫증난 게 아니었다. "매주 올 때는 좋은데, 갈 때 힘들더라구요. 오래 운전하는 일도 버겁구요. 원하면 언제든 바다가 있는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핑과 바다 없는 삶은 불가능하고. '내 라이프스타일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자' 결심했습니다.

호스텔 위크엔더스 내부 모습

-숙박업을 택한 이유는요.
"평소 호텔에서 쉬는 걸 좋아합니다. 관광 명소가 아니라 호텔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고를 정도죠. 유명한 호텔이 있으면 그곳에 가보는 게 여행의 목적이 됩니다. 여행 가면 가급적 매일 호텔을 옮겨 다닙니다. 호텔에서 음악 들으며 먹고 쉬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총체라 할 수 있죠. 어디에 묵을지 그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좋은 경험을 제공해 볼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해서 숙박업으로 정했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직접 하는 건 다른데요.
"작지만 서울 홍대 쪽에 집을 임대해 에어비앤비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낯설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강릉으로 지역을 택했다. "강릉은 산, 바다, 호수, 소나무숲 등 거의 모든 자연환경이 있습니다. 쉬고 싶은 사람에게 최적의 도시죠. 마침 이 지역에 호스텔 형태는 드물어서 호스텔을 열기로 했습니다."

서필 강습 후 단체 사진을 찍는 위크엔더스 리트릿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 아랫줄 맨 왼쪽이 한 대표.

◇기대했던 수익 수준

결정하고 곧 실행에 옮겼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호스텔 차릴 곳부터 찾았다. "처음 공간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지역에 연고가 없으니 좋은 집 소개받을 데가 없는 거죠. 인테리어 공사도 첨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었고요. 직접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내려간 연인 염승식 씨가 큰 힘이 됐다. "호스텔을 운영하는 데 식음료가 빠질 수가 없습니다. 자고 먹는 모든 경험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이잖아요. 마침 염승식 씨가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1층 바(bar) 운영을 맡아달라 설득해서 같이 내려왔습니다. 같이 해서 오픈이 가능했습니다."

투자비는 7000만원이 들었다. 임대 보증금과 인테리어비용을 합한 것이다. 투자금 일부를 행정안전부가 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지원받았다. "생각보다 투자금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빼면 서울에서 하던 에어비앤비 원룸 보증금과 거의 비슷한 돈이죠. 그걸 빼서 이걸 차린 셈입니다."

-수익은 어떤가요.
"오픈 전 기대했던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성수기과 비성수기의 차이 같은 운영과 관련한 감은 아직 부족합니다. 오픈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1년을 풀(full)로 운영해 보면 감이 올 것 같습니다."

-운영상 어려움은 없나요.
"요즘 워낙 인프라가 좋습니다. 손님 예약도 네이버예약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쉽게 받을 수 있고요. 시스템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해변에서 요가와 서핑 강습중인 위크엔더스 리트릿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

◇리트릿 여행으로 인기

수많은 숙박업소가 경쟁하는 상황. 차별점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콘텐츠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리트릿’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트릿(retreat) 여행은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여행'을 뜻한다. "자연 속에서 쉼을 원하는 분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핑, 요가 등을 배우면서 이곳 음식을 즐기면서 명상도 하고. 1박2일간 재충전을 하는 겁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요가와 서핑 강습이다. "바다에서 요가 해보고 싶다. 서핑 배워보고 싶다. 생각 하는 분이 많으세요. 하지만 같이 할 사람 없이 혼자 하기 어렵죠. 그런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찾습니다." 수익쉐어 형태로 전문 강사를 초빙한다. 서핑 강습은 지역 전문 업체에 맡기고, 요가 강습은 PD 시절 맺은 인연을 십분 활용한다. 노래 ‘잘 부탁드립니다’로 유명한 대학가요제 출신의 요가 강사 이상미 씨 등이 일일 강사로 다녀갔다. "강습 후 진행하는 로컬 다이닝도 호응이 좋습니다. 감자전, 메밀전, 꼬막비빔밥 등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해드립니다.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 즐기면서 추억을 쌓죠."

요가 강습중인 위크엔더스 리트릿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

개인 단위로 신청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처음 본 사람들끼리 편안하게 어울리는 것이 콘셉트가 된다. "친구끼리, 식구끼리 참여하는 분도 많지만 혼자 오는 분이 대부분이세요. 쉬면서 새로운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는 설레임을 갖고 오는 거죠. 단순 게스트하우스 파티 차원을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외롭지 않게 쉴 수 있습니다.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인데요. 그보다 나이드신 분들도 자녀나 후배따라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6월 첫 신청을 받아 지금까지 15회 진행했다. 성수기 때는 등록하자 마자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았다. 15인 정원을 초과해 다른 숙박시설을 이용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홀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벌써 꽤 알려졌다. "저희 프로그램이 끝난 후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경험을 다양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겨울은 어떻게 운영하나요.
"야외활동 중심이라 중단합니다. 다만 투숙객을 위한 서비스로 명상, 스트레칭 등을 실내에서 진행합니다. 원하는 분들이 참여하죠. 벽난로 앞에서 마시멜로를 함께 구워먹으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얘기 나누는 소소한 이벤트도 합니다. 겨울도 나름 운치있습니다."

호스텔 위크엔더스 내부 모습

◇여행 브랜드로 확대 계획

-비수기 매출 확대를 위한 계획은요.
"해외 여행지 중에는 발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한 달 살이도 해봤습니다. 서핑이 굉장히 유명하고 요가원도 많죠. 다만 개인이 외국에서 혼자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어렵고 귀찮습니다. 준비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짜보려고 합니다. 강습, 휴양, 식사, 이동 등 모든 케어를 제공하는 거죠. 잘 구상해서 내년 본격적으로 해볼 계획인데요. 겨울철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할 계획입니다. 성사되면 사업이 숙박업에서 여행업으로 확대되는 셈입니다."

일과 생활 모두 만족하지마만,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외로우면 서울 가서 사람들 만나고 옵니다. 한 달 한 번 정도 되네요."

-앞으로 비전은요.
"위크엔더스 브랜드화가 당면한 과제입니다. 에코백이나 텀블러, 노트 같은 여행용 굿즈를 저희 브랜드로 내보려고 합니다. 여러 곳에 지점도 열고 싶습니다. 손님들이 저희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이미 디자인 작업을 끝내서 곧 굿즈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리트릿 여행도 좀더 체계화해서 계절 별로 다양하게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게 자리잡으면 지역에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강릉 요가 페스티발 같은 거요.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이 녹아있는 웰니스 공간으로 커나가겠습니다.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어려서 꿈인 호텔 건설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