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27일 새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는 소명되지만 현 시점에서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죄질이 좋지 않으나 배우자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있고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알고서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를 받았다. 그는 "유씨 감찰 중단은 정무적인 판단이었고,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해왔다.

이날 조 전 장관의 영장 심사에선 그가 유씨의 비위를 알고 있었느냐가 쟁점이 됐다. 유씨는 지난 13일 4950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특감반에서 대부분 확인한 혐의였다. 조 전 장관이 이런 중대한 혐의를 알고도 덮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26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한 조국 전 법무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유씨가 여러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비위 사실을 네 차례 보고받았는데도 이를 덮었다는 점을 주장했다. 감찰 결과가 담긴 최종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 직후인 2018년 말엔 유씨 등에 대한 감찰 자료를 폐기했고, 민정수석실 관계자들과 말을 맞춘 뒤 국회에서 "유씨 비위가 가벼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이 유씨 비위 사실을 다 알고도 덮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이 지난 10월 말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회유했다고 했다. 증거 인멸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은 검찰에 "조 전 장관이 나에게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함께 (3인 회의로) 유씨 감찰 중단 결정을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했고, 나는 '내 기억과 다르다'고 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 전 장관은 "친문(親文) 인사들의 구명 운동이 (감찰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는다"며 "다만 내가 직접 청탁 전화를 받은 것은 아니고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감찰 무마가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친문 인사들 전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냐"고 먼저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유씨를 직접 알지 못했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등 친문 인사들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을 통해 '구명 청탁'을 한 것이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형법학자인 그는 그러면서도 "법적 책임은 없다"고 했다. '정무적 판단'으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그는 "아내(정경심씨)가 이미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구속됐다"며 "부부를 모두 구속하는 것은 가혹하다. 생계유지가 곤란해진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형사소송법(234조 2항)에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다 범죄가 발견되면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당시 고위 공무원인 민정수석으로서 유씨 비위를 알고도 부하 직원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게 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정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도 이와 유사한 판결을 한 바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순실씨가 기업에서 돈을 받는 등 비위 행위를 한다는 의혹을 알고도 감찰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 변호사는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직무유기)보다 해야 하는 일을 중단시킨 것(직권남용)이 더 무거운 범죄"라며 "법원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관대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불법 투자, 딸의 표창장 위조 의혹 등 일가(一家) 비리 혐의에 대해선 이번 사건과 별개로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한편 이날 법원 앞에는 조 전 장관 지지자들과 반대자 수백명이 모여 "조국 수호, 영장 기각" "조국 구속"을 외치며 맞불 집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