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동승 플랫폼 ‘반반택시’가 올 1월 출시 6개월째를 맞았다. 반반택시는 심야시간대(오후 10시~새벽 4시) 이동구간이 비슷하면서 동승을 원하는 승객끼리 매칭시켜 합승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2년 기한으로 지난해 8월 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반택시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호출 수는 5개월 사이 25배 늘었고, 같은 기간 실제 운송 수는 30배 늘었다. 매달 평균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현재 반반택시를 쓰는 이용자 수는 6만명을 넘어섰고,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한 기사 수도 8000명에 이르렀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나투스'의 김기동(40·사진) 대표는 반반택시를 "승객과 택시 모두가 윈윈하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택시가 안 잡히는 문제, 불친절한 문제는 개선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비용 문제에 초점을 맞춰 출시된 서비스는 반반택시가 유일했다"고 했다.

승객은 동승자와 겹치는 구간에 대해서 요금을 절반씩 나눠 부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택시 기사는 시간대에 따라 3000~5000원 사이의 수수료를 인센티브로 받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난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반반택시를 이용한 승객은 한 달 평균 1만2093원의 요금 할인을 받았다. 상위 10%는 4만904원을 절약했다. 반대로 동승 서비스를 제공한 기사 상위 10%는 7만8912원의 추가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택시 서비스가 좋아지려면 택시 기사의 수입이 늘어나야 한다"며 "반반택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택시 혁신을 생각했다. 다만 택시 바깥이 아닌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플랫폼"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코나투스가 있는 서울대학교 SK텔레콤 연구동에서 김 대표를 만나 반반택시를 만들게 된 계기와 최근 성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학부 시절인 2000년대 초반 IT 붐이 일어 친구들과 '선배닷컴'이라는 과외중개 사이트를 만든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잘 안 됐고, 2006년 졸업해 SK텔레콤에 입사, 10년가량 회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대학교 때의 경험이 힘들었어도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 늘 창업에 대한 욕구가 컸다. 주변에 창업한 선배나 친구들도 많아 자극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을 쫓아 2018년 초 퇴사했다."

-그 중에서도 반반택시를 하게 된 이유는.
"2년 전(2018년) 가족들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갔을 땐 한국이라면 버스 전용차선이 있을 곳에 동승 차량 전용인 '카풀' 라인이 있는 걸 봤다. 현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카풀 서비스가 빠르게 크면서 생겼다고 했다. 도심과 공항을 오갈 때 비용이 많이 드는데 할인이 많이 되니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미국처럼 국내도 동승을 통한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카오T의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택시가 잘 안 잡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왔고, 불친절 문제는 ‘카카오T블루’나 ‘마카롱택시’와 같은 가맹 형태나 ‘타다’를 통해 많이 해결했다. 그런데 가격 문제는 지금까지 반반택시가 유일했다. 가격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배차 확률도 높고, 편리한 서비스가 되도록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동승 서비스란 개념 자체가 생소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 같다.
"합승은 해외에서는 꽤 많이 활용되는 탑승 수단인 반면 국내에서는 이미지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이를 바꿔나가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승객들도 부정적이지만 기사들도 불법이라거나 과거 택시에 대한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든 원인이라며 나쁘게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옛날 합승은 기사 마음대로 모르는 승객끼리 서로 태운 것이라면, 반반택시는 반대로 승객이 먼저 원할 경우에만 매칭이 이뤄지고 탑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르다고 본다. 또 반반택시는 최대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동성끼리만 동승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17’에 따르면 출근, 퇴근 심야 시간대에 승객 호출수에 비해 출근 기사 수가 모자란 것으로 나타난다.

-합승하면 택시 2대 몫이 1대 몫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고 싫어하는 기사들도 있을 것 같다.
"꼭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다. 반반택시는 심야시간대인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만 운행한다.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2017년 통계를 기반으로 만든 자료에 따르면 야간에 택시 공급으로 고객 수요를 다 받아낼 수 없다. 출근 시간대도 마찬가지다. 심할 경우 호출이 100이라면 이 중 20만 성공하고 나머지 80은 못 탄다. 택시 기사가 합승 때문에 태울 승객이 모자랄 일은 없는 것이다."

-작년 11월 8일 서비스 출시 100일 맞아 성과 발표를 했다. 그때보다 진전된 부분이 있나.
"당시 3만명 수준이던 가입자 수는 2배가량 늘어 현재 6만명이 됐다. 반반택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 수도 5000명에서 8000명으로 늘었다. 탑승 건 수가 꽤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승객을 태운 운송 수가 정식 출시일(8월) 대비 30배 늘었다. 5달 동안 매달 2배씩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호출 수는 25배 늘었다."

-모빌리티 업계가 유독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이 심하다. 반반택시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제가 계속 고민하는 지점은 승객의 '불편함'이다. 안 잡히는 문제, 불친절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다. 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모빌리티 종사자들이 벌어들이는 금액이 똑같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결국 기사들의 수입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객들이 나눠 내기 때문에 요금은 줄어든 반면 오히려 기사 수입이 늘어나는 게 반반택시다. 양질의 서비스도 중요하고, 신중하게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는 승객과 기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