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례적으로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개국 2800여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중국 내 사망자가 80명 이상이었던 지난 26일까지도 WHO는 병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보통(moderate)'으로 유지했다. 그러다 하루 뒤 단순 실수였다며 '높음(high)'으로 수정했다.
WHO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도 선포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낮다는 지적에도 위기상황을 선포한 2016년 브라질 지카 바이러스 때나, 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콩고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이유로 위기상황을 선포했던 지난해와 대비된다. WHO는 30일(현지 시각) 긴급 이사회를 다시 열어 위기상황 선포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WHO의 소극적 대처가 돈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미국은 WHO가 소속돼 있는 UN에 내고 있는 돈 중 6억4000만달러(약 7500억원)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그해 에티오피아 출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가 WHO 사무총장에 당선된 직후 협약을 맺고 600억위안(약 10조원)을 WHO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 "WHO가 중국 눈치 보느라 바이러스를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유럽의 강력한 지지를 받던 영국 출신 후보를 제치고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로 당선됐다. 그런 인연 때문에 그가 미적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지난 27일 중국을 방문한 테워드로스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그는 "우한 폐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