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악학교서는 동양인 수업참석 금지
중국인 관광객에 침뱉고 모욕적 언사도 비일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미주 및 유럽 등 서구권에선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 일본인 등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지 내셔널포스트, 영국 BBC 및 가디언, 영자 유럽지 더 로컬 등에 따르면 미주와 유럽 지역에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계기로 중국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
500년 전통의 명문 음악학교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는 우한 폐렴 확산을 이유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금지했다. 학교는 최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관계로 동양계 학생(중국인·한국인·일본인 등)과 관련 위험 국가들에서 온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맨체스터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샘 팬이라는 한 동아시아계 영국인은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지난주 버스에서 내가 자리에 앉자 내 옆자리 남성이 허둥지둥 물건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며 "동아시아계로서 나는 점점 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누군가가 "나라면 차이나타운에 가지 않겠다. 그 사람들은 그 질병(신종코로나)을 앓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인종차별 행위도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더 로컬에 따르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래침을 뱉는 모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토리노에선 한 중국인 가족이 질병을 옮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서구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그 학부모들도 인종차별에 직면했다. 밀라노에선 이탈리아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중국인 급우를 멀리 하라고 권유하는가 하면, 중국계 캐나다인 비중이 높은 토론토 일부 지역에선 중국인 격리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캐나다 방송사 소속 한 기자가 트위터에 의료용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이발사 옆에 선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뒤 "바라건대 오늘 얻은 게 이발 뿐이길"이라는 글을 썼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는 이후 "오늘 트윗은 둔감했다"고 사과했다.
국외에 거주하거나 체류 중인 아시아인들은 이 같은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중국계프랑스청년연합(AJCF)은 이날 "혐오가 중국 공동체뿐 아니라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전체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대중교통에서 이런 불합리한 차별이 극심하다. 멈춰달라"는 성명을 냈다.
프랑스계 아시아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별을 당한 경험을 글로 적어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