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마스크 제조 업체 한국쓰리엠(3M)의 한 영업 사원은 31일 "우리 가족이 쓸 마스크도 못 구할 판"이라고 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매출 1위인 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로켓 배송' 상품 가운데 마스크는 없었다. 모두 '품절' 표시가 붙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24~30일 마스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2.6% 늘었다. 이마트는 서울 용산점에서 마스크 판매를 1인당 10장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속옷 전문 업체, 생활용품 업체까지 마스크 판매에 나섰다. 남영비비안은 지난 27일 롯데백화점 본점 스타킹 매장에서 당일 준비한 수량(1만장)을 다 팔았고, 중국 업체에 100만장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회사 측은 "중국 측 매입 문의만 3000만장에 이른다"고 했다. 밀폐 용기 전문 업체 락앤락은 30일 현대홈쇼핑 마스크 판매 방송에서 60장짜리 2만2000세트를 16분 만에 다 팔았다.

손에 마스크 한가득 -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한 홍콩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이날 명동 거리에선 마스크를 박스째로 구매하는 중화권 관광객들이 자주 보였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은 마스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약국 직원은 "지난 30일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이 마스크를 100만원어치 사갔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중국 보따리상들은 직접 제조 업체를 찾아가고 있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조 업체 해피라이프 측은 "설 연휴 이후 직원을 수십 명 더 채용하고 공장을 24시간 돌리는데도 발주량을 맞추기 어렵다"며 "원자재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한 인터넷 쇼핑몰에선 마스크 30장을 평소의 두 배에 가까운 9만9000원에 파는 등 폭리를 얻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발표도 논란을 빚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각한데 30일 외교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300만장(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포함)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마스크 조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주상하이 총영사를 지낸 새로운보수당 구상찬 전 의원은 31일 열린 당대표단회의에서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 개인적으로 의료용 마스크, 의료용 방호복을 구매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의료용 마스크와 방호복을 100만 벌 정도 구할 수 있느냐.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를 (요구하며) 도와줄 수 있겠느냐 문의가 오는 곳이 많다"고 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날 중국에 세균 차단 마스크 100만장과 방호복 1만벌을 포함해 3000만위안(약 51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성금과 의료 물품은 중국삼성을 통해 중국적십자회에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