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 12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식당 입구에 공항 입국장에서나 볼 법한 열화상카메라가 놓여있었다. 식당 주인 조희수(35)씨는 입구에서 가게로 걸어들어오는 손님들의 체온을 카메라로 확인한 뒤 자리로 안내했다. 식당 입구엔 '열 감지 중, 안심하고 식사하세요'라는 홍보용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카메라의 가격은 280만원. 조씨는 "종로에서 우한 폐렴 6번 확진자가 돌아다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전엔 하루 400만원을 찍던 매출이 2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뭐라도 해봐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4일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에 있는 한 한정식집에 열화상 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최근 우한폐렴을 우려하는 고객이 늘면서 발열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한 업소가 늘고 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 속에 몸에 열(熱)이 있는 손님을 아예 받지 않는 '노 피버 존(No Fever Zone)'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다중 이용 업소들이 열 감지 카메라나 체온측정계를 비치해 두고 안심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다.

식당 외에도 어린이 시설이나 체육 시설 등 감염 우려가 큰 업종에서 '노 피버 존'은 인기다. 대형 키즈카페 체인점인 너티차일드는 지난달 30일 '우리는 키즈카페 최초로 모든 매장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여부를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다' 공지했다.

경기도 수원시 한 헬스장에서도 지난주부터 입구에서 회원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며 37도가 넘는 회원들의 이용을 막고 있다. 이 헬스장 유승민 관장은 "하루 평균 500명 찾던 회원이 우한 폐렴 확산 이후 20% 넘게 줄었다"며 "번거롭긴 하지만 회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직원을 한 명 더 쓰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화상 카메라 렌털 업체들은 특수 호황을 맞았다. 대여비는 하루 3만~4만원, 월 90만원 수준이다. 구로구 전자기기 렌털 업체 대표 최모(49)씨는 "보유하고 있던 물량 50대가 전부 동났다"며 "문의가 끊이지 않아 장비 20대를 추가 주문 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맞벌이 딸 부부를 대신해 평일 낮 손녀를 돌봐주는 손연옥씨는 "입구에서부터 열을 재서 이용을 막는 곳 위주로 눈길이 가는 게 학부모 심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상수(43)씨는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전염된 사례가 잇달아 발견되는 상황에서 단순 열 측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